최근엔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투자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미뤄놨던 여러가지 일들을 쳐내느라 여유가 부족했다. 추석 연휴 시작 직전날은 급한 실무가 드디어 없어져 있었다. 자리에 앉아 현재의 아젠다들을 위에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바쁜것들이 없어지고 중요한 주제들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내 모습이 새삼 어색했다.
아젠다들을 하나둘씩 보니 정리된 맨 마지막 날짜가 7월 초 였다. 근 두 달간 하이레벨에서 생각을 할 시간이 매우 부족했었나보다. 하나 둘씩 머리속을 헤메고 있었던 주제들을 현실로 옮겼다. 4분기, 그리고 당장 이번달, 다음주에 해야할 커뮤니케이션들이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병목이었던 것들도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방향성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던것도 느껴졌다.
크트는 분명히 20명일때와는 많이 다르다. 조직이 80명까지 커졌을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60명정도로 규모가 안정화되니 변화된 조직의 모습이 비로소 보인다. 내가 혼자서 처리하지 못하는 일들을 팀원들이 처리해 주고 있으나, 팀원들을 동기부여하고 다독이려면 나는 실무자가 아닌 비저너리에 가까워야한다. 오히려 창업했을때 보다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다루기 싫은 질문들을 그 어느때보다 더 적절하고 신속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것도 느낀다. 조직에 미치는 임팩트가 커질 수록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속도감과 깊이를 모두 유지하는게 중요하다. 해결되지 않거나 결론지어지지 않은 질문들은 결국 내일의 화살로 돌아온다. 더 나아가 여유가 확보된다면 선제적으로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고민해 놓아야 한다. 시장이 열리는 속도이든, 조직 내 문제이든,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든..
급한 실무가 드디어 없어진 것을 계기로 변화된 역할의 중요성을 되새긴다. 바쁘지 않으면 잘못 살고 있는 것 같은 강박으로 아젠다들을 차분하게 들여다볼 시간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었던것은 아닐지. 오히려 굵직한 질문들을 치열하게 고민하는데 시간을 더 썼어야 하는건 아닌지 회고한다. 경솔한 조급함으로 작은 일을 쳐내기보다 진정한 조급함으로 큰 문제를 푸는데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