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뭐에 홀린것처럼 정신없이 달리다가 간만에 제대로 주말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처음에 읽고 싶어서 벼르고 있었던 책은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한 책이 었는데 내 성향과는 맞지 않았다 (그 책의 이름은 <될 일은 된다>이다…). 그 다음으로 읽고 싶어 사둔책이 사이먼 시넥의 <인피니트 게임>이었다. 평소 사이먼 시넥의 유투브 동영상 들이나 블로그도 챙겨보는 편이라 내용을 얼추 알고 있기도 했고, 미국 경제경영서 특유의 사례중심 설명이 많아 한번에 끝낼 수 있었다.
유한게임 vs 무한게임
그가 스타트업이나 기업의 전략을 유한게임과 무한게임으로 분류한 것은 꽤 흥미로웠다. 잠시 책의 내용을 빌어 이 두 게임의 차이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유한게임 (finite game)
유한게임은 비즈니스의 본질보다는 단기적인 이익이나 성과를 추구하는 비즈니스 전략을 의미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 전략을 추구하는 회사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보인다.
- 소비자나 사회가 본인들의 비즈니스로 어떤 효용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는 크게 관심이 없으며
- 기업의 비전을 생산성이나 효율성, 혹은 1위라는 단어만으로 설명한다.
- 어떤 세상을 만들겠다보다 재무제표 성과를 중심으로 비전을 이야기한다.
- 그러다보니 스스로 어떤걸 하고 싶다 보다는 경쟁사의 행동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 종종 직원들의 토론이나 의견 교환이 제한되고 비윤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많다.
- 발생한 상황에 대해 대응하기 급급하다.
사이먼 시넥은 최근 유한게임을 선택한 회사들이 많아지면서 S&P 100에 등재된 기업의 평균 수명 또한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유한게임 안에서는 비용을 줄이고 이익만 극대화하려다보니 사회에 주는 편익도 많지 않다고 주장한다. 유한게임을 추구하는 회사의 예시로 마이크로소프트나 최근의 월마트를 이야기했다.
무한게임 (infinite game)
무한게임은 유한게임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무한게임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꾸려가는 전략을 의미한다. 사이먼 시넥이 정의한 무한게임은 아래와 같다.
- 소비자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지 스스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끊임없이 고민하기 때문에 사회에도 굉장한 편익을 제공한다.
-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나 해내고 싶은 일이 뚜렷하기 때문에 몰입하는 직원들이 많다.
- 이루고 싶은 일이나 사회상이 비전에 명확하게 기술되어 있다.
- 경쟁사를 관찰하고 대응하는데 큰 관심은 없다. 승자도 패자도 없으므로.
- 발생한 상황에 대응하기 보다는 기존에 없는 일을 해내는데 훨씬 더 많은 리소스가 활용된다.
- 창업자나 경영진이 없어도 회사가 영속할 수 있는 비전을 만들고 실행한다.
저자는 무한게임을 선택한 회사 중 가장 대표적인 예로 애플을 들었다.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다.
생각해 볼 점
유한게임이 나쁜 것처럼만 묘사된 것은 꽤 아쉬웠다. 모든 회사는 그 상황에 맞는 전략이 다를 수 있지 않을까? MS가 유한게임을 플레이 한 것 자체로 덜 위대한 기업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또한 모든 기업이 꼭 둘 중의 한가지 방식으로만 플레이했는지는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설령 유한게임만 플레이했더라도 살아가는 방식 중의 하나일 수도 있다. 신속하게 회사를 엑싯한 창업가들을 유한게임을 했다는 이유로 비난할 수는 없다.
이 책에서 물론 좋았던 부분도 있다. 바로 이 책의 대전제인데, 누구나 무한게임으로 플레이할지, 유한게임으로 플레이할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게임을 원하는가?
게임에 참가하기로 했다면 유한게임으로 플레이할지, 무한게임으로 플레이할지 정할 수 있다.
책을 덮고 이 대전제를 되새기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우리 회사는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건가? 나는 어떤 게임을 하고 싶은걸까?
나는 유한게임을 하고 싶기도, 무한게임을 하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실제로는 유한게임을 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최근 방한 일본 시장에서의 경쟁사를 매일 모니터링 하고, 유명 OTA들이 어떤 인벤토리를 갖고 있는지 치밀하게 탐구한다. 가끔은 경쟁사의 행동에 승부욕구를 느껴 머릿속이 경쟁사 관련된 이야기로 꽉 찰때도 있다. 월간 재무제표를 타이트하게 보고 매일 대시보드에 들어가 사업별 거래액을 모니터링한다.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리더들이나 담당자와 소통해서 이슈를 개선하고 대응한다.
개인적으로는 대표로서의 사춘기가 올때 유한게임의 비중이 훨씬 더 높아지는 것 같다. ‘내가 이렇게까지 힘든데 나도 큰 엑싯으로 보상 받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단기적인 거래액 성과에 집착하기도 한다.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싶을때도, 단기간에 인정받고 싶을때도, 문제를 쉽게 해결하고 싶을때도 유한게임의 비중이 훨씬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속 깊은 곳에는 무한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앞서간 창업가들이나 훨씬 더 큰 세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보면 infinite한 동기부여가 생긴다. 크리에이트립이 외국인들이 한국을 경험하는 압도적이고 유일한 제대로 된 게이트가 되었으면 좋겠고, 팀원들이 행복하고 뜨겁게 몰입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고, 사회에도 ‘실제로’ 유능하고 임팩트를 주는 기업으로 기억되고 싶고, 나 혹은 부대표가 없더라도 더 큰 비전을 향해 계속 도전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하지만 무한 게임은 훨씬 힘들고 장기전이며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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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결론을 내릴 순 없었지만 큰 방향 안에서는 무한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가끔은 유한게임의 전략을 활용한다면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기업을 만들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P.S. 이 결론에는 항상 그 어떤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완벽주의적이고 욕심많은 내 성향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ㅎㅎ).
마치며..
모든 책이 100%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인피니트 게임>은 오랜만에 창업 8년차로서 가치관을 재정비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될일은 된다 라는 책을 도전했다는게 신기한데?
무한게임을 원하는 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