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거나 생각이 많을 때면 “현재에 살자”라고 되뇌이곤 한다. 현재에 집중해서 지금 있는 퍼즐들을 해결하자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럼에도 텐션이 올라오지 않을때면 현실을 피하려 외부에서 자극을 찾는다. 운동을 하거나, 친구들을 만나거나, 맛있는 것을 먹거나.
그래도 현재에 살기 어렵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머리가 꽉찬 느낌이 드는게 불편했다. 가진게 많은데 충분히 쉬었는데 왜 생각은 꽉 차고 공허할까. 문득 어제 떠올랐던 법정스님의 책 ‘무소유’를 꺼내 들었다.
스님은 선물 받은 난초를 3년간 지극정성으로 키웠다. 난초를 잘 키우기 위해 비료도 연구하고, 통풍도 신경쓰고, 햇빛도 쐬어 주고, 갑자기 밖에 내어 놓은게 생각나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오곤 했다. 난을 돌봐야했기 때문에 멀리 출가하는 일도 할 수 없었다. 스님은 그래도 난이 예쁜 꽃을 피우는걸 보는게 행복했다.
어느날 스님은 지인을 만나러 외출했다. 난을 비를 맞게 내어둔게 생각나 집으로 들어왔는데, 역시나 비를 맞은 난이 축 쳐져 있었다. 그날 스님은 난초에 집착하고 있음을 깨닫고 집에 놀러온 친구에게 난초를 선물했다. 그 후 스님은 해방감을 느꼈다.
(본문)
나는 이 때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속으로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집착이 괴로움인 것을. 그렇다. 나는 난초에게 너무 집념해 버린 것이다. 이 집착에서 벗어나야 겠다고 결심했다. (..중략..)
며칠 후, 난초처럼 말이 없는 친구가 놀러 왔기에 선뜻 그의 품에 분을 안겨주었다. 비로소 나는 얽매임에서 벗어난 것이다. 날듯 홀가분한 해방감. 3년 가까이 함께 지낸 “유정”을 떠나 보냈는데도 서운하고 허전함보다 홀가분한 마음이 앞선다…
오늘은 더 깊게 와 닿았던 난초 이야기. 내 생각을 꽉 채우곤 했던 것을 놓아줄 때가 된 것 같다. 후련할것 같아.
스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