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를 전공한 사람으로써.. 일어나기 어려운 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눈이 가는 편이다.
오늘은 주말 새벽에 일어난 기분을 느끼고 싶어 일찌감치 일어나 책을 하나 집어들었다. 극한의 환경 속에서 기적을 일으킨 기업가 야놀자 이수진 대표님의 이야기이다. 실제 일기를 시간순으로 모아놓은 형식으로 내용이 평이하고 솔직해서 금새 다 읽을 수 있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고 공감이 된다. 크게 다음과 같은 3가지가 와닿았다.
마음 씀씀이도 중요하다.
그의 일기에서는 고생하는 팀원들과 소통하고 비전에 얼라인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곳곳에 들어있다. 어떤 일기인지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팀원과 주변인에 대해 생각한다. 같이 고생하는 초창기 멤버들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도 보인다. 반면 중요한 인사 결정이나 비즈니스에서는 치밀하고 치열하다.
나는 그보다 훨씬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으면서도 창업 초기엔 지금보다도 마음이 넉넉하지 않았다. 크게 가려면 마음도 넉넉해야 한다는 걸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아무것도 없는 초기 스타트업에서 일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공감하기 어려워했고 팀원들에게 많은 책임감만 요구하곤 했다. 지금도 크리에이트립을 아는 사람이 많이 없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없었을 때다.
그래서 ‘일은 항상 열심히 해야하는데 왜 이런것들을 나에게 요구하고 기대하는거지? 스타트업은 원래 고생하는건데 모르고 들어왔나’라는 생각들로 꽉 차있었다. 욕심은 많지만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했고 반대로 그만큼 믿고 목표에 얼라인하지 못했다. 마음 씀씀이의 중요성은 지금도 계속 배우는 중이다. 그때는 누리고 싶은 건 많으면서 사람들만 탓하는 무능력한 대표이지 않았나 싶다. 착한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라기 보다, 내가 누리고 싶은 만큼 많은걸 포기하고 온 사람들도 나쁘지 않은 수준을 누리고 싶어할거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요한 생각을 제때 마주하기. 미루지 않기.
오히려 자신에게 유리할 수 있는 상황을 (생각을 하지 않음으로써) 불리하게 만든다.
공감이 많이 되었다. 대표가 생각없이 바쁜건 회사에 위험한 신호다. 내가 가장 게으르다는 생각이 들때는 운동도 안하고 과자만 먹고 누워있고 YouTube를 보며 시간을 보낼때가 아니다. 이런 때는 오히려 ‘잘 쉬었다’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요즘에 쉴 땐 쉬자 라는 내려놓음도 있으니까…). 정작 바쁘고 야근하면서도 꼭 해야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생각들을 미룰 때 양심에 가장 많이 찔린다. 이럴 때는 정말 게을렀다는 솔직한 자책과 위기감이 든다.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나는 바쁘다’ 라는 핑계를 만들어 지금 아니어도 되는 일들, 단순한 일들에 몰입한다. 대표는 무조건 결과로만 인정받아야 하는데 결과로 인정받는걸 회피한다. 받아들이기 싫은 이슈가 있지만 회사는 그래도 당장은 돌아가니까 생각을 미루다가 결국 일을 키운다.
복잡하고 꼬이고 이리저리 얽힌 상황들을 마주해야 한다. 생각을 해야만 한다. 몸으로 행동하는건 그렇게 난이도가 높지 않다. 힘들지만 난이도가 높은 일을 먼저 하자.
능력을 갖추지 않은 선량함은 위험하다.
나는 유년 시절을 통해 능력을 갖추지 않은 선량함이 얼마나 주변을 힘들게 하는지 경험했다. 그래서 마냥 착하기만 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이건 나중에 따로 주제로 떼서 쓰고 싶을 정도로 좋은 주제이다. 책에서는 강조해서 쓰여진것 같진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울림이 컸다. 나 또한 선량한 리더에 대한 환상이 있곤 했어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우리는 각종 매체에서 선량한 리더들을 자주 본다. 선량한 사람이 좋은 리더라는 사회적 통념은 ‘용장’, ‘지장’, ‘덕장’ 중에 가장 좋은 리더는 ‘덕장’이다라는 표현들로 인해 강화된다.
선량하기만 하고 무능력한 사람은 위험하다. 무능력함이 선량함으로 포장되었기에 비판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그래서 오히려 유능하지만 덜 선량한(?) 사람이 비판의 대상이 된다. 오히려 선량함을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들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내가 창업 초기때 자주 했던 생각이 지금은 부끄럽다. “나는 이렇게 팀을 위해서 노력하는 헌신적인 사람인데 이런 나의 노력을 인정해 줘야하지 않아?” 유능하기도 하고 선량하기도 한 사람이라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이 선량한 리더라는 워딩에서 ‘유능하다’라는 말이 생략되었다. ‘저 사람은 착한데 일을 못해’는 직장에서 받을 수 있는 최악의 피드백이라 생각한다. ‘성격 더러운데 다른 사람에게 피해 안끼치고 맡은 건 잘 해내’가 훨씬 좋다.
마무리하며…
결국 통계에서도 아웃라이어는 존재하기 어려울 뿐이지 존재한다. 지금의 내모습을 많이 돌아보면서 그처럼 치열하고 치밀하게 살고 있는지 반성했다. 존경하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한 명인 그를 더 알게 되어 좋았다. 주말 좋은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