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리더들의 세계관을 읽는 것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그들의 사고 방식을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한편으론 ‘아직 내가 할게 많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부족한 점도 돌아보게 된다. 여러모로 위대한 리더들을 탐구하는 것은 즐겁다.
한국에서는 리콴유에 대해 깊게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학부생 시절을 돌이켜봐도 우리나라와 연관이 많은 서양과 중국, 일본을 중점적으로 배우곤 했었다. 나도 졸업하고 나서야 관심이 생겼다.
리콴유는 싱가포르의 지도자로서 말라리아가 들끓던 작은 변방의 지역, 그리고 1인당 GDP가 500달러가 되지 않았던 나라를 1인당 GDP 9만 달러에 육박하는 강대국으로 성장시켰다. 싱가포르에 가끔 방문할땐 말레이시아 출장 갔었던 기억을 떠올리곤 했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나라가 서로 다른 길을 걸을 수가 있을까? 남한과 북한의 경제력 차이가 벌어진 원인과는 사뭇 달라보였다.
들여다보면 싱가포르는 스타트업 같다. 자연 자원은 한국보다 없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발산(!)하고, 영국이 떠난 이후 이렇다 할 경제적 자원도 없었다. 스타트업의 대표로서 리콴유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있을까?
마침 최근 지인의 SNS에서 ‘리콴유의 눈으로 본 세계’라는 책 추천사가 눈에 들어왔다. 인용된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양당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일단 제도가 정착되면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당선이 불확실하고, 선거전은 근거도 없이 야만적이고 악랄하기까지 하다. 지금까지 경력을 잘 유지해 온 인재라면 자신이나 가족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선거에 출마하는 위험을 감수하겠는가? 이들은 그런 정치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자신은 편안한 삶을 유지 하기를 더 원할 것이다.
인용된 문구의 깊이가 상당했다. 생각의 방향도 마음에 들었다. 한때 정치에도 관심이 있었던 내가 지금은 완전히 정치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이유를 그가 명쾌하게 정리한것 같기도 했다. 그 길로 바로 책을 주문했다. 그리고 최근에 읽은 책 중에 몇 안되는 좋은 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리콴유는 경제는 물론이고 인간과 역사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고 있었던 뼛속깊은 실용주의자였다. 철저한 실용주의 위에 그의 놀라운 책임감과 헌신이 더해져 지금의 싱가포르가 탄생했다. 책에서 감명받은 부분 몇 가지 포인트를 기록해 본다.
우선 그가 역사와 경험 등 인문학적인 가치를 기반으로 국가의 정치체계를 생각한다는 점은 놀라웠다. 특히 중국과 미국에 관한 시각이 기억에 남는다. 중국인이 민주주의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에 많이 공감하고 배웠다. 그의 시각에서는 중국은 중앙의 강력한 권력이 없을때 나라가 분열되고 생활이 어려웠던 강한 기억들이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보다는 중앙집권주의를 선호한다는 것. 그의 시각에서는 모두가 필요하다고 하는 민주주의가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닌 ‘선택’이었다. 그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인간 본성에 대한 그의 통찰력도 놀라웠다. 유럽연합(EU)에 관해 그가 기술한 부분이 특히 와 닿았다. 나는 이상주의적인 경향이 있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할 때도 있고 스스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곤한다. 이런 나의 모습을 많이 돌아보게 했다.
잡다한 사람들이 한 사람의 북소리에 맞춰 행진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오겠는가? 유로존 가입 당시 회원국의 경제상황은 매우 달랐다. 훨씬 앞서나가는 국가가 있는 반면 뒤에서 따라가기도 힘든 국가가 있었다. 경제사정이 어려운 국가에서 세입은 감소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서 공공지출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확대하라는 유권자의 압박을 받았다.
그리고 인류를 먹여살릴, 현재까지는 유일한 에너지원인 “원자력”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이 책은 분명 10년 전에 쓰여졌는데 그는 언제부터 이 모든것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장기적으로 많은 국가에서 핵에너지가 더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이해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중략)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가 지속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모든 국가가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나의 지금 위치와 지금의 모습을 가장 많이 반성하게 된 문장을 인용한다. 가끔 약속만 하고 지켜내지 못하는 내 모습. 열심히 일하는 팀원들을 종종 실망시켰던게 아닌지.. 되돌아본다.
어떤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우선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약속이나 사교적인 인사가 아니라 진정성이 담겨야합니다. (중략) 많은 중요한 사건에서 저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가 약속한대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렇게 해서 신뢰를 얻었고 그 후에는 모든 일이 쉬워졌습니다. 그냥 약속만 하는 정도의 보통 정치인이라면 4~5년마다 새 정치인이 등장하고, 신뢰를 구축할 수가 없고, 국가를 이끌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의 실용주의적인 사고와 국가에 대한 헌신, 그리고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는 자세는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나를 성장시킨, 여러번 봐야할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