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기들을 정리하다가 운동을 시작한지 10년이 흐른것을 알게 되었다. 이 글의 결론은 ‘할 수 있으면 무조건 운동을 지금 부터라도 당장 꾸준히 해야 한다’이다.
처음으로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대학원에 다닐 때였다. 나는 다들 건강하다는 20대 중반이었지만 과제나 프로젝트로 체력을 쓰거나 술자리에서 조금만 무리를 해도 감기에 걸리기 일쑤였다. 감기로 누워있었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날을 세어보니 1년에 3~5% 정도 되었다. 그 시간에 여행이라도 다니거나 잠이라도 잘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많이 아까웠다.
문득 스무살때 미국에 있었을땐 영하 20도의 날씨에서도 아프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환경의 차이가 있다면 미국에서는 운동을 단순하게라도 틈틈이 했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운동이 당시 상황을 개선하는 핵심 요소라는 믿음이 생겼다. 곧 창업을 앞두고 10년 이상 버티려면 청소년기에 운동을 하지 못했던 부채를 지금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운동이라는 것을 시작하다…
이에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워낙 체력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려다보니 마음먹은 만큼 운동이 쉽지 않았다. 그 때는 맨몸 스쿼트 5개도 하기 힘들었다. 런지 2개를 하면 숨이 찼고 지하철 계단을 오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꾸준히라도 해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되도록 평일엔 3회 이상 30분 이상씩 아무 운동이나 해보기로, 그리고 운동으로 인한 비용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아끼지 않기로 했다. 실제로 이 약속을 10년간 지켰다.
일(work)이라고 생각하고 일단 스쿼트 100개까지 해보기
운동에 대해 백지상태였던 나는 유튜브와 구글의 힘을 빌려 하체와 코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먼저 플랭크를 시도해 봤지만 코어가 없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정자세를 유지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결국 스쿼트라도 먼저 해 보기로 했다. 너무 귀찮을 수도 있으니 ‘운동은 일(work)’이라고 생각하고 시간을 내기로 했다.
하루에 1개씩 늘린다는 계산으로 5개부터 시작하면 얼추 3달 차에는 100개를 할 수 있다. 30개, 50개, 80개 차에서 고비가 왔다. 고비가 오면 1주일 간은 해당 고비에 걸리는 숫자들만 진행하는 걸로 계획을 수정했다. 그때는 하루 스쿼트 30개도 어려운 수준이어서 ‘운동의 기쁨’ 보다는 일을 끝내자 라는 생각이 컸다.
약 반 년이 지나 한번에 맨 몸 스쿼트 100개까지 꾸역꾸역 할 수 있었다. 스물네살의 나는 그 날의 일기에 이렇게 썼다.
지금 생각하면 건강의 주춧돌을 세웠던 그 때의 나를 더 칭찬해줬어야 했다. 그 후 1년간 한 번에 할 수 있는 스쿼트의 개수는 200개로 늘었다.
웨이트를 시작하고 조금은 알게된 운동의 매력
나와 같은 초짜도 스쿼트 200개까지 하게 되면서 체력의 전반적인 증진을 위해 상체도 해결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상체 운동을 위해 헬스장에 가니 어떤 기구를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막막했다. 창업 초기라서 일일이 찾아볼 시간이 부족했다. 시간과 예산을 쪼개 PT를 받았다.
트레이닝을 받는다고 해서 체성분이나 피지컬, 그리고 체력이 알아볼만큼 개선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웨이트’를 할 수 있는 기본 자세와 기구 사용법을 익힘으로써 다양한 운동의 기반을 닦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근력운동을 하다보니 운동이라는 것은 input과 output이 정비례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창업 극초기였던 당시에는 수많은 불확실성과 시간과 노력을 무한대로 갈아 넣어도 개선될 시점을 알 수 없는 계단식 성장이 답답할때가 있었다. 반면 운동은 input을 넣은 만큼 바로 결과가 나왔다. 그 때부터 운동이 ‘일’의 영역이 아닌 즐거움이 가미된 ‘자기계발’의 영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터벌 트레이닝을 알게 되다
회사가 자주 이사를 하면서 헬스 이외에도 다양한 운동을 시도했다. 복싱, EMS, 필라테스, 요가 등등.. 헬스만큼 운동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특히 복싱은 자세를 제대로 배우지 않고 시작해서 종종 무릎도 아파 일 할때 지장을 주었다. 결국 헬스로 회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쪽에서는 ‘운동 시작한지 5년이나 지났는데 몸이 최상의 상태라는 확신은 없다. 헬스를 계속해야 할까? 근육을 키우고 싶진 않은데..’ 라는 생각이 남아 있었다.
시행착오를 거치고 마지막으로 정착했던 트레이너 선생님은 인터벌 트레이닝이라는 운동 세계를 알려 주었다. 소위 ‘무게를 치는’ 웨이트도 있지만 결국 유산소가 병행되지 않으면 종합적인 건강을 얻기는 어렵다는 점을 꾸준히 설파했다. 선생님을 따라 몇 번 인터벌 유산소 트레이닝을 해보니 아직도 나는 초짜더라.
어렸을때부터 운동도 잘하지 못했고 미국에 있을때도 유산소성 운동을 기피하곤 했던 나는 인생에서 묵혀두고 있었던 큰 덩어리를 하나 해결할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운동 5~6년이 지났지만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영역 – 유산소성 운동 -을 할때가 온 것이다.
그 후 사무실이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세계의 문을 열게 되었다.
심장이 뛰는 유산소의 즐거움
크리에이트립 강남 시대가 열리고 어떤 유산소 운동을 해 볼까 고민하던 차, 사무실 도보 5분 거리에 F45라는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센터를 알게 되었다. F45는 펑셔널 트레이닝을 45분간 진행한다라는 의미인데,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의 정석이다. 유산소성 운동은 처음이라 걱정되면서도 아래 문구가 마음에 쏙 들어 덜컥 회원 등록을 했다. 스타트업 대표에게 어필하기엔 이만한 문구가 없는 것 같다.
처음의 나는 한 달만 해보고 여차하면 헬스로 다시 복귀할 생각이었다. 운동을 소화하지 못해 가장 낮은 무게를 치거나 가만히 서있을때도 있었지만 운동 후 하루 내내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더운 느낌, 오후의 졸림이 깨는 느낌이 묘하게 좋았다. 45분 운동한 것 치고는 효율이 매우 높고 체력이 빨리 따라와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추가로 3개월을 더 등록했다.
운동 한 것 같다라는 느낌이 무엇인지 지금은 너무 잘 이해된다. 운동 당시에는 힘들고 후회되지만 씻고 나오면 스트레스 레벨이 내려가고 무한한 성취감이 든다. 이제는 버피 30개까지는 쉬지 않고 할 수 있고 난이도가 높은 프로그램이 나와도 웬만하면 정지하지 않는다. 쉬는시간에 물을 마시지 않아도 버틸만 하다.
정량적인 변화도 있었다. 짧은 시간동안 별도의 식단 조절을 하지 않고도 근육량이 1kg 늘고 체지방이 1kg가 줄었다. 몸이 훨씬 가벼워지고 ‘건강함’을 느낀다.
(*F45에서 그 어떤 금전적 보상이나 포스팅을 요청하는 제안을 받지 않았다)
Persistence Beats Everything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게 제일 어렵다. 펀드레이징 중이나 프로젝트 마감 중에는 특히 쉽지 않았다. 그때마다 인생은 장기전이라 되뇌이며 어떻게든 최소 주 3회 30분의 약속을 지켰다. 운동한 시간과 경험이 축적되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탄탄한 기반이 되어 주었다.
운동 전에도 정량적인 건강 수치상에 문제는 없었기 때문에(하지만 분명히 수치로 드러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고 믿고있다) 변화가 10년치고는 뚜렷하지 않다. 그럼에도 10년의 짬바 속에서 느끼는 운동의 효용은 매우 크다.
- 건강함을 뼛속까지 느낀다 ㅋㅋ
- 정기 건강검진 이외에 병원에 방문할 일이 거의 없어졌다.
- 감기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 (코로나 제외..)
- 더이상 소화 문제를 겪지 않는다.
- 수면시간을 줄여도 이전보다 많이 피곤하지 않다.
- 스트레스 레벨이 훨씬 낮아지고 압박을 관리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 운동 1시간을 끝내면 스트레스 레벨이 많이 낮아진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에 믿는 구석이 생겼다.
- 불편한 자극들이 발생했을때 운동을 하며 프로페셔널하게 넘길 수 있기도 하다.
- 좀 더 건강한 인상, 건강한 피지컬을 가진 사람으로 서서히 변화했다.
- ‘아무리 바닥이라도 시간과 노력이 축적되면 올라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 운동을 통해 얻은 가장 소중한 경험 자산이다. 회사를 운영할때도 종종 떠올리는 기분 좋은 명제다.
항목 | 변화 |
---|---|
체중 | -2kg |
근육량 | +5kg |
체지방 | -7kg |
혈당, 콜레스테롤 등 | 정상 범위 최저치로 개선 |
푸시업 | 5개 |
만약 운동 시작을 망설인다면 나의 10년간의 이야기가 운동을 시작하거나 지속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지금 당장 시작하세요!
그 외 느낀 점
- 헬스장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유산소는 스테퍼(stepper)이다.
- 인바디(Inbody)는 전반적인 건강 트렌드를 확인하는데 도움을 준다.
- 단기간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지만 숫자가 꽤나 많이 흔들려서 장기간의 추세를 확인하는데 훨씬 더 도움이 된다.
- 필라테스와 요가는 제대로 배우지 않는 이상 높은 칼로리 소모는 어렵다.
- 체중 감소에는 input < output 이라는 단순한 명제를 기억하되 음식을 줄여야 한다.
- 음식을 많이 먹고 운동도 많이 하는 것보다는 음식을 줄이고 운동을 적당히 하는 것이 더 쉽고 효과적이다.
- 무릎 관절은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아프면 운동을 쉬는게 낫다.
단단한 아우라가 있는데 운동 오래하셨었군요
오우호우!! 프사오 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