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 사무실을 강남으로 이전한 후 부터 적극적으로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운전이 하나의 스트레스 분출구인 나에게 잘 짜여진 플레이리스트는 기분좋은 안정제다. 우연한 계기로 플레이리스트가 업데이트 되면 기대하지 않았던 일상의 변주가 생긴다.
음원 서비스로 Youtube Music 을 오랫동안 사용하다가 애플 워치 구입을 계기로 몇 달 전 부터 애플 뮤직으로 환승했다. (맥에서 음악을 듣다가 이동해야 할 때 아이폰이나 워치로 그대로 음악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건 나같은 애플 추종자에게 매우 매력적이다)
다른 음원서비스와 비슷하게 애플 뮤직엔 스테이션 ‘Station’ 이라는 기능이 있는데, 듣고 있는 음악과 비슷한 음악 리스트를 생성해서 자동으로 재생시켜 주는 기능이다. 덕분에 기존에 듣고 있던 팝 리스트들이 꽤 많이 업데이트 되었다.
1. Million Reasons – Lady Gaga
아티스트로서의 레이디 가가를 꽤나 좋아한다. 그녀의 데뷔 초기 때는 Bad Romance나 Poker Face, 또는 비욘세와 같이 작업한 Telephone 등 소위 ‘미국 팝 같은’ 노래를 많이 들었었다. 당시에는 아티스트 자체를 이해하려고 하기 보단 노래 리듬과 사운드 자체가 가진 풍부함을 좋아했었다.
그 후 레이디 가가가 Speechless 라는 곡을 라이브로 공연하는 영상을 우연히 보게되면서 그녀만이 가진 가창력과 감수성 그리고 음악적 재능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아직도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들어있다) 상상하지 못했던 클래식한 반전 매력과 피아노 연주 실력을 갖고 있는 그녀가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각설하고, 최근 애플 뮤직을 통해 레이디 가가의 Million Reasons 이라는 노래를 뒤늦게 알게 되었다. 카페에서 이 일 저 일을 뒤적거리다가 처음 들어보는 멜로디임에도 불구하고 가사가 뚜렷하게 들렸다. 바로 노트북을 덮어두고 노래 자체에 집중하면서 오랜만에 그녀의 매력을 복기했다.
나에게 좋은 음악이란 멜로디와 어울리는 가사와 함께 음악의 흐름에 따라 세심한 메세지를 주고, 그 과정에서 아티스트의 풍부한 감정이 합쳐지는 음악이다. 나에겐 명곡이다. 멜로디, 가사, 가창력 세 가지가 잘 어우러진다. 이 세가지가 조화를 이루는 배경에는 레이디 가가라는 아티스트가 이 노래를 그녀만의 방식으로 완벽하게 표현했다는 것을 빠뜨릴 수 없다.
가끔 이런 발라드 명곡을 마주하면 100% 이상을 노래에 공감하게 된다. 지금까지 사소하게 겪었던 일들이 떠오르면서 감정이 기분좋은 바닥을 찍고 올라온다. 이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적인 많음을 나타내는 million 이라는 단어와 희귀하지만 무게감을 나타내는 one 이라는 단어가 아름답게 대조되는 가사에 울림을 느끼지 않았을까도 생각해본다. fathom이라는 단어도 묵직한 울림을 주는데, 알맞은 표현을 찾기가 어렵다. 멜로디에 포함된 피아노와 기타 같은 클래식한 악기들도 이 노래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아쉬움과 그리움을 증폭시켜 준다.
산책을 할 때, 출퇴근을 할 때 이 노래를 들으면 알 수 없는 감정이 먼지처럼 일어났다 가라앉는다. 그녀에게서 이 노래와 같은 명곡이 계속 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 Kiss Me More – Doja Cat (feat. SZA)
나처럼 미국 팝을 즐겨 듣는 한국인이라면 수위 조절이 불가능한 가사에 대해 (유교사상이 조금이라도 들어있는 사람으로서) 조금은 놀라면서도 이런 가사를 쓸 수 있는 문화에 대해 호기심을 느낄 것이다.
이 노래는 싱가포르 출장 때 카페에서 우연히 제대로 듣게 된 후 퇴근길 꼭 한번은 듣는 노래가 되었다. 한 두번 들어본 익숙한 멜로디의 노래가 그 날따라 다시 들어보고 싶었다. 바로 Shazam*을 켜서 정확한 음악 정보를 확인하고 Doja Cat의 음악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강하고 직설적인 이미지의 Doja Cat 이 이렇게 스윗한 곡을 작업했다니!
개인적으로 미국 팝의 매력 중 하나는 이렇게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에 19세가 훌쩍 넘는 가사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솔직하고 직설적이면서 거리낌이 없지만, 멜로디와 함께 들으면 가사를 글로 읽는 것보다는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달콤하기까지하다. 가사의 수위는 높지만 결국 사람 본성의 이야기들을 스스럼없이 녹여내는게 이 노래의 매력이 아닐까.
무의식 속에서 들으면 가사가 별 의미없이 지나가고, 세련된 멜로디와 노래 속의 전반적인 분위기만 뚜렷하게 전달된다. 이 음악의 또다른 매력인 것 같다.
* Shazam 은 애플 뮤직 사용자라면 유용할 앱이다. 지금 플레이되는 음악이 어떤 음악인지 알려 주고 해당 아티스트의 정보까지 바로 로딩하며, 마음에 드는 노래라면 바로 애플 뮤직 플레이리스트로 추가할 수 있다.
이렇게 요즘 듣는 팝 두 가지에 대해 적었다.
평소엔 사운드가 풍부하고 다소 활발한 음악들을 자주 듣는 편이지만 최근 전체적으로 나의 플레이리스트가 서정적으로 변한 느낌이 든다. 가을이어서 그런지, 생각이 많아서 그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