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쯤 기존에 사용하던 이어폰과 헤드셋이 오작동하기 시작했다. 보통 사무실에서 몰입해야 할때 음악의 힘을 많이 빌리는 편이라 음향기기가 고장나기 시작하면 업무 퍼포먼스도 떨어진다. 면밀하게 헤드셋들을 알아본 끝에 소니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을 선택했다 (WH-1000XM5). 집중력도 늘었지만 덕분에 모든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들의 특징과 가격대를 알아갈 수 있어 행복했다. 에어팟 프로 맥스와 한참을 비교하다 구매 했다. 만족도 200% 이상이다. (에어팟 프로 맥스는 나의 두상에 비해서 너무 컸다는게 가장 큰 단점이었다.)
각설하고, 오늘은 꽤 타격이 컸던 이슈가 있어서 업무를 많이 처리하지 못했다. 불편한 자극들을 해소하고 집에 돌아와 내가 사랑하는 이 소니 헤드셋을 끼고 일에 몰입했다. 헤드셋의 강점이 최대한으로 발휘되서 편안한 마음으로 잠시 일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일이 얼추 끝났다. 이 여세를 몰아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최근에 헤드셋을 구매하면서 쭉 감상중인 요즘 플레이리스트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본다. (지금 세시..)
새벽 & 밤늦게 일할때 /
Shallow – Bradly Cooper, Lady Gaga
극히 개인적으로 ‘희망을 주면서 밝은 분위기의’ 노래나 드라마를 찾아보진 않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같은 웰메이드 드라마도 끝까지 다 시청하지 못했다. 현실은 매일 도전해야 하고 전투의 연속인 반면 드라마나 노래의 주인공들은 오히려 비현실적인 삶을 사는 것같아서 그런것 같다.
반면, 이 노래는 슬픈 느낌과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이상하게 어우러지는 정반합 같은 매력이 있는 곡(영화 A Star Is Born의 OST)이다. 스트레이트로 30번 넘게 들은 적도 있을 정도로 많이 좋아한다. 친구의 음악실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듣고 글자 그대로 완전히 반했다. 레이디가가와 브래들리 쿠퍼가 직접 출연하고 노래했다.
돈을 벌기 위해 어렵게 하루를 살아가는 여자 주인공이 있다(레이디 가가). 유명한 가수(브래들리 쿠퍼)와의 인연으로 우연히 실력을 인정 받게 된다. 이 노래는 여자 주인공이 바닥의 삶을 살다가 가수로 처음 실력을 인정받는 무대에서 부른 곡이다.
가사가 전체적으로 나의 생활과 공감이 많이 되서 많이 듣는것 같기도 하다. 왜 그렇게 열심히 매일을 노력하며 사는지(hardcore) 묻는 가사도 마음에 와 닿고, 다시는 바닥(shallow, ground)으로 내려가지 않겠다라는 류의 가사들이 서로 다른 문장으로 반복된다. 귀에 쏙쏙 들어온다. 절묘하게 노래와 가사와의 강약이 잘 어우러진다.
Aren’t you tired trying to fill that void? Or do you need more? Ain’t it hard keeping it so hardcore?
공허함을 채우는게 힘들지는 않니? 아니면 넌 정말 (무언가가) 더 필요한거야? 그렇게 열심히 매일을 사는게 힘들진 않니?
I’m off the deep-end, watch as I dive in, I’ll never meet the ground.
나는 이제 바닥에서 출발했어. 내가 뛰어드는걸 잘 지켜봐. 난 다시 바닥에 부딪치지 않아.
곡 자체가 너무 좋아 영화를 볼까 하면서도 요즘 멜로 느낌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영화를 잘못보면 괜한 이입으로 인해 빠져나오지 못할까봐 자제하고 있다. 뮤비 자체로도 사운드와 감성이 너무 좋은 노래.
퇴근길 /
All of me – John Legend
나의 플레이리스트에는 100% 피아노 만으로 연주한 곡이 반드시 한 두개는 들어있다. 피아노를 배운 덕분에 자칫 쉽게 들릴 수 있는 이 단순한 선율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조금이나마 가늠해 볼 수 있다. 물론, 연주자의 전문성과 능숙함도 느낄 수 있다. 이 곡은 아름다운 멜로디와 피아노에 대한 John Legend 의 조예가 꽉 차있다.
이 곡은 내가 창업하기 전에 접하고 그 이후로도 꾸준히 듣고 있다. 개인적으로 John Legend의 음악 스타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곡은 특별하게 피아노의 선율과 영어 가사가 믿기지 않는 조화를 이룬다. 처음 몇 번 들었을때는 ‘이런 노래가 세상에 나온게 말이 되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놀랐었다. 가사 한줄 한줄이 막상 한국어로 번역하면 오글거려도 한 편의 시 같다. 영어의 매력이 그대로 살아있는 몇 안되는 곡이라 느낀다. 한 사람의 모든 면을 좋아해 본 경험을 한 사람들이라면 깊이 와닿을 것 같다.
특히 좋아하는 가사들이 몇개 있지만 비루한 실력으로 인해 한국어로 요리저리 번역을 해봐도 가사의 원래 강점이 잘 표현되지 않는다. 블로그를 위해서 번역하는 보여주기식 액션을 포기하고 원어로 메모해 놓았다. (예를 들어, 가사에 나오는 edges는 뾰족함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뾰족함이라는 단어보다 더 좋은 단어가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등..)
Cause all of me loves all of you, love your curse and all your edges, all your perfect imperfections.
You’re my end and my beginning, even when I am losing and winning.
You’re my downfall, you’re my muse, my worst distractions, my rhythm and blues.
I’ll never love again – Lady Gaga
이 노래를 처음 듣고 A star is born이라는 영화를 절대, 절대, 절대 보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 곡 또한 위에서 언급한 A star is born 이라는 영화의 OST 중 하나이다. Youtube에서 뮤직비디오를 찾아 본 후 가사에 몰입하면서 이 영화를 본다면 느낄 슬픔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다. 한구석에 묻어둔 감수성이 폭발한다.
뮤직비디오의 장면들로 유추하자면, 두 명의 남자/여자 주인공은 뛰어난 뮤지션으로 함께 성장하고 많은 것을 나누지만 결국 남자 주인공의 사연으로 인해서 너무, 너무, 너무 마음아픈 이별을 맞이한다. 바닥의 인생을 살다가 남자 주인공 덕분에 유망한 뮤지션으로 성장한 여자 주인공은 결국 매우 성공한 채로 남주인공과 이별하는데, 그 감정을 잘 담아낸 곡이다. 퇴근길 무심히 틀었다가 다시 듣고 싶지 않아서 망설이고, 결국은 몇 번을 다시 듣게 되는 곡, 집에 와서는 헤드셋을 끼게 되는 곡, 그러면서 혼자만의 감수성에 어이가 없어 웃게 되는 곡, 번역을 할 용기조차 나지 않도록 가사가 좋은 곡이다.
Don’t wanna feel another touch
Don’t wanna start another fire
Don’t wanna know another kiss
No other name falling off my lips
Don’t wanna give my heart away
아.. 감수성을 갖고 싶지 않다…
텐션업 /
Hotter than hell – Dua Lipa
Dua Lipa 또한 개인적으로 많이 좋아하는 가수 중 한 명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녀의 매력을 잘 이해하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중저음의 보이스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강렬한 젊음이 좋다. 새로운 환경과 자극에 대한 즐거움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도 매력적이다. 음악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도 그녀는 항상 즐겁고 솔직하다.
Hotter than hell은 요즘 강력한 텐션업이 필요할때 반복적으로 듣는 노래다. 현실이 혼돈일때 이 카오스를 즐길 수 있도록 힘을 준다. 헤드셋으로 소음과 완벽하게 차단된 사운드의 매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노래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미 상황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한 후 마음을 다잡고 큰 덩어리의 문제를 풀기 전(특히 복잡한 엑셀 시트 세팅 시작 전)에 듣기 알맞다.
가사의 결은 창업이나 일(work)과는 거리가 멀고 클럽에서 자주 들을 수 있을 법한 노래이다. 그럼에도 지옥보다 뜨거운 온도를 즐기는ㅋㅋ 그녀의 목소리와 가사를 들으면 나의 내면에서부터 다양한 문제를 뛰어넘을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는 느낌이 든다.
시계를 보니 03:17AM이다. 평소 수면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아직 머리가 완전히 깨어있다. 내일 가볍게 일어날 수 있기를!
햄언니 글 좋앙 피아노 아직 쳐?
아 나도 I will never love again 한때 엄청 꽂힌적이 ㅋㅋㅋㅋㅋ 난 영화도 세번 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