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알게 된 지인 분이 가이드 서비스를 요청하셔서 급하게 섭외해 드린 적이 있다. 덕분에 그 지인이 경영하는 레이블의 콘서트 초대장을 받게 되었다. 리프레시도 할 겸 난생 처음 김동률이 아닌 뮤지션의 콘서트에 다녀와 보았다.
공연장은 아담했다. 덕분에 뮤지션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었다. 활동은 한 3년 정도 한 뮤지션이었고 주로 인스타그램에서 팬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실제로 현장에는 그의 팬들도 다수 모여서 그를 응원해 주고 있었다. 대부분 20대가 많아 보였다. (40대가 많았던 김동률 콘서트와는 제법 분위기가 달랐다..ㅎㅎ)
신기하게도 팬이 아닌 입장에서 초대권을 받아 콘서트를 방문했다보니 객관적인 시선으로 콘서트를 조망할 수 있었다. 음악적인 깊이가 있어서 그를 판단하고 있었던건 전혀 아니었고 뮤지션 스스로의 몰입도, 같이 참여하는 뮤지션 및 스탭들의 몰입도를 두루두루 관찰했다.
10년 정도 세대가 차이나서인지 그의 음악에 완벽하게 공감하지는 못했지만 음악 사운드가 매우 좋았다. 가사도 꽤 좋은 곡들이 몇 곡 있었다. 20대에 1등 뮤지션이 되기 위해서 고군 분투하는 그의 노력이 그려진 곡도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몰입해 일상을 지속할 수 없는 상태를 묘사한 곡도 있었다. 그는 한 곡 한 곡에 최선을 다했다.
반면 콘서트를 만들어가는 스탭들의 몰입도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 정해진 악보대로 연주하는데에 집중하거나, 얼른 공연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음악 스탭들의 분위기도 느껴졌다. 곡들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완성도가 부족했다. 조금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음악 같기도 했다. 가사 전달력이 떨어지는 곡들도 있었다.
아이러니하게 뮤지션은 본인의 공연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 공연을 멀찍이서 바라보며 어딘가 스타트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소스는 부족하고, 공연을 자주하기는 어려워서 팬 층을 빠르게 모을 수는 없고, 충분한 보상을 제시할 수 없기에 사람들의 몰입도는 떨어지고, 음악이 아직은 대중의 인지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소셜미디어를 사방팔방으로 활용해야한다는 모습들이 왠지 모르게 작은 회사의 대표로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2016년 크트가 설립된 초창기에 우리 회사에서 일하던 대만 아르바이트생이 있었다. 그 때는 회사 팀원들이 다같이 밥을 먹을때라 그녀도 함께 점심을 먹곤 했는데, 그녀는 BTS의 팬이었다. 그녀는 BTS의 한국 이름 ‘방탄소년단’의 의미가 ’10대들을 편견이라는 총알로부터 보호한다’라는 거라고 설명해주었다.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았던 그녀에게서 아이돌 이름에 대한 설명을 듣는게 너무 신기했다. 그녀의 눈은 반짝였었다.
그 때 그 설명을 듣고 나는 고군분투하는 또 하나의 아이돌이라고만 생각했었다. BTS에 빠져 있는 그녀가 잘 이해되지는 않았다. 그 후 BTS는 머지않아 월드스타가 되었고 그들의 음악은 처음 시작했을때보다 훨씬 멋있어졌고 완성도 있어졌고 대중들에게 사랑받았다. 지금은 나도 BTS를 좋아한다. JK의 음악은 모든 곡을 다 찾아 들을 정도로 좋아하게 되었다. 심지어 예전 BTS 노래들도 노력하는 모습이 녹아 있어 멋있게 들린다.
BTS도 처음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불러주는 곳들도 없고, 팬을 모으기는 힘들고, 가끔은 무시 당하는 날들도 있었을 것 같다. 대형 기획사가 아닐 때라 자금력이 없어 좋은 작곡가들을 데려오기도 어려웠겠고..
그래서 어제는 그의 공연을 보며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우리 크트도 스타트업이라 항상 어렵고 힘든데 시간이 흘러 같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우리도 아직 허접한 점도 많고 인지도도 낮고 매일 자금을 고민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스케일이 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우리는 모두 바닥에서 시작한다.
생각이 많아지는 공연이었다.
나도 생각이 많아지는 글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