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두번쯤 생각이 많아질때면 보는 책이 있다. 류시화 시인이 엮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시집이다.
스스로 단단하지 못해 꽤 긴 시간동안 쓰나미를 겪었다. 일상에 집중도 하지 못하고 타인의 태도와 상황이 나의 기분이 되고 회의감에 시달렸다. 그리고 40, 50대의 내 모습을 걱정했다. 걱정을 떨쳐내려고 글도 쓰고 음악도 듣고 사람들도 만나봤지만 결국 내가 해결해야만 한다는 근본적인 사실을 오랜만에 다시 깨달았다. 누가 알아주는걸 바랐었나? 2023년 초 부터 붕 떠있는 상황들이 계속 되면서 창업 8년차의 나에게는 모든게 은근히 버거웠었나보다. 털어놓을 사람도, 말할 용기도 없었던 인간 관계, 회사의 성장, 나의 성장 모두 리셋이 필요하다.
다시 임혜민으로 돌아가기로 마음 먹고 이제는 10년이 넘어 너덜너덜해져버린 책을 꺼내 들었다. 오늘 와닿았던 시를 적어본다.
인생을 다시 산다면
다음 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이번 인생보다 더 우둔해지리라.
가능한 한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보다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여행을 더 많이 다니고 석양을 더 자주 구경하리라.
산에도 더욱 자주 가고 강물에서 수영도 많이 하리라.
아이스크림은 많이 먹되 콩요리는 덜 먹으리라.
실제적인 고통은 많이 겪을 것이나
상상 속의 고통은 가능한 한 피하리라.
보라, 나는 시간 시간을, 하루 하루를
의미있고 분별있게 살아온 사람 중의 하나이다.
아, 나는 많은 순간들을 맞았으나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나의 순간들을 더 많이 가지리라.
사실은 그러한 순간들 외에는 다른 의미없는
시간들을 갖지 않도록 애쓰리라.
오랜 세월을 앞에 두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대신
이 순간만을 맞으면서 살아가리라.
나는 지금까지 체온계와 보온물병, 레인코트, 우산이 없이는
어느 곳에도 갈 수 없던 그런 무리 중의 하나였다.
이제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이보다
장비를 간편하게 갖추고 여행길에 나서리라.
내가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초봄부터 신발을 벗어던지고
늦가을까지 맨발로 지내리라.
춤추는 장소에도 자주 나가리라.
회전목마도 자주 타리라.
데이지 꽃도 많이 꺾으리라.
-나딘 스테어 (85세, 미국 켄터키 거주)
읽을 수록 더 큰 울림을 주는 시. 최근 몇 달간이 나답지 않았던 탓에 특별히 와닿았던 것 같다.
…
아이스크림은 많이 먹되 콩요리는 덜 먹으리라.
실제적인 고통은 많이 겪을 것이나
상상 속의 고통은 가능한 한 피하리라.
…
춤추는 장소에도 자주 나가리라.
회전목마도 자주 타리라.
데이지 꽃도 많이 꺾으리라.
맞다. 최근 너무 임혜민 답지 않았다. 불편한 것들을 리셋하고 다시 시작하자. 나답게 혼자서도 튼튼해지자. 신경쓰지 말고 많이 웃고 행복하자.
엥 누나 힘들었었어? 블로그 계속 들어오게된다 시 뭉클하다 이따 즉시 카톡 구조대 출동 🚨
구조대 매우 도움 됐어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