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을 1월에는 마무리하고 싶었으나 많은 일들이 파도처럼 몰아쳐서 스스로의 데드라인을 지키지 못했다. 아직도 검토되지 않은 숱한 초고들을 보며 짧은 기간동안 역시나 다사다난 했음을 깨닫는다. 결국 우리 모두는 끝없는 불확실성을 매일 이겨내고 있는게 아닐까하고 살짝 생각이 옆으로 샌다.
각설하고, 2022년을 요약하자면 개인적으로는 꽤 괜찮은 한 해 였지만 회사 대표로서는 부족한 한 해 였다.
회사 관점
내려놓음이 부족했던 한 해
2022년 하반기부터는 여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대표로서는 뚜렷한 실적을 내거나 조직을 안정시키지 못했다는 후회가 든다. 만약 내가 좀 더 담대했다면, 내가 좀 더 자신이 있었다면, 내가 좀 더 깊은 고민을 할 시간을 만들었더라면, 더 많은 외국인들에게 빨리 다가갈 수 있지 않았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때는 조급한 마음에 모든 것을 내가 해야한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회고를 하며 돌이켜 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뾰족하게 우선순위와 전체적인 방향을 다듬는데 집중하고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더 신속하게 데려왔어야 했다. 그리고 팀이 한 방향을 볼 수 있게 선제적으로 노력해야 했다. 연초에는 역직구 사업과 관련된 일들을, 연말엔 오퍼레이션 관련된 일들을 쳐내는데 시간을 보내느라 많은 것들을 놓쳤다. 내가 잘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일들은 후순위었던 상황들이 많이 아쉽다. 내가 물러서야 했었던 일들을 잘 구분하지 못했었다.
오히려 잃지 않으려는 수를 두다 보니 내가 다 해야한다는 욕심에 내려놓음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대표로서의 스케일링(scaling)이 아쉬웠던 한 해
Series B 정도의 규모로 회사는 커졌지만 정작 나는 대표로서 스케일 했는지는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다음 스텝을 대비하는 시간을 늘리지 못하고 지표에만 집착한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2023년에는 여행이 돌아오는 것에 발맞추어 회사의 넥스트 스텝을 미리 고민하고 도전하는 대표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런 후회 속에서도 다행히, 다행히, 회사의 매출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YoY 2배 성장했고 돌아오는 여행에서도 꽤 좋은 실적으로 마무리했다. 여행이 돌아오면서 나는 코로나를 버틴 대표로서 주목받았으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내가 인터뷰들을 하는게 맞나라는 불편함도 있었다. 숨은 히어로들이 회사 안에서 본인의 일을 묵묵하게 해 준 덕분일 것이다. 대표가 스케일이 빠르지 않았음에도 자리를 지키며 최선을 다해 준 그들이 고맙다.
그릇이 더 커지지 못했다는 생각과 함께 요즘은 대표의 성과에 대해서 고민 중이다.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를 다시 꺼내 볼 시점인 것 같다. 시간이 된다면 이 책에 대한 리뷰도 얼른 검토해서 릴리즈 하고 싶다..
개인 관점
작년 초의 일기들을 보니 개인적인 고민도 많았다는걸 새삼 느꼈다. Series B를 진행하면서 부쩍 생긴 흰머리들로 인해 잠시나마 개인의 건강에 대해 조금 더 긴장하고 스스로를 챙겨야겠다는 다짐도 했었었다. 인간 임혜민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한 해였다.
건강
주 5회 운동 30분
200% 달성했다고 자신한다. F45를 만나면서 최소 주 4회 45분을 고강도 운동에 투자했고 주 5회 출석한 경우도 많았다. 만약 4회만 출석한 주가 있다면 나머지 1회는 달리기나 남산 걷기 등으로 채웠다. 건강이 훨씬 더 좋아졌음을 느낀다.
최소 6시간 수면
절반 정도만 달성했다. 하고 싶은 것들도 많아지고 강남으로 출퇴근을 하다보니 하루에 1시간 정도가 부족해졌다. 새벽에 잠들 때도 많았다. 2023년에도 하고 싶은 일이 많기에 6시간 수면은 잠시 목표에서 내려 놓으려고 한다.
종합비타민, 비타민 B군 주 5회 섭취
30대에 접어들고 운동 강도가 높아지면서 영양을 보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Youtube에서 여러 건강 관련 지식을 찾아보고 종합비타민은 꼭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어렸을때부터 손톱이 약한 편이라 종합비타민 외 비타민 B군도 꾸준히 섭취하기로 했다. 영양제들을 사무실에 놓아둔 덕분에 힘들지 않게 달성했다.
술은 주 2회만
거의 달성하지 못했다. 2022년에는 혼자 마신 맥주나 칵테일 류까지 포함해 3회 정도는 술을 마셨던것 같다. 변명하자면 코로나로 인한 모임 제한이 없어져서 기본적으로 모임 연락이 많아졌고, 친구들이 대부분 강남/선릉 주변에 있어서 늦은시간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번개로 만나는 일이 가능해졌다. 금년에는 다시 주 2회를 지켜보려고 한다. (혼자마신 맥주까지 포함했으니 평균 이상으로 많이 먹지는 않았다고 항변해본다..) 현재 2023년 2월인데 매우 잘 지켜지고 있다. 일주일에 1회도 있을 정도!
자기계발
외국어
신경을 많이 못 쓴 한 해 였다. 연 초반엔 Ringle이나 Cambly에 큰 금액을 결제했지만 다 진행하지 못한 적이 부지기수였다. 나의 의지 문제도 있었고 온라인 강의 플랫폼들이 나의 상황과 맞지 않기도 했다.
- 강사님들의 시간을 맞추기가 매우 어려웠다. 수업시간은 50분인데 강사님들의 시간이 자주 바뀌어서 시간 짜는데만 30분을 허비해야 했다.
- 강사님들의 스타일도 맞추기 어려웠다. 어떤 분은 말씀을 많이 하시는 스타일이라 오히려 내가 영어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도 했고, 어떤 분은 아이가 배우는 영어 교재로 수업을 진행하려 하시기도 했다. 어떤 분은 기본적인 준비가 안되어있는게 티가 나기도 했다.
- 온라인 수업이다보니 나의 로열티도 많이 떨어졌다.
운전 면허 취득
수능 끝나고 뭐가 그렇게 바빴는지 면허도 따지 않았고 한국나이 33살까지 무면허로 지냈다. 친구들과 지방으로 놀러갈 때 면허가 없는게 불편할때가 있어서 2022년엔 따놔야겠다 싶었다. 정작 면허를 딴 계기는 사무실 이사였다. 사무실을 4월에 강남으로 이전하고 5호선에서 9호선으로 환승해야하는 불편함에 시달린 후, 홧김에 면허를 취득하고 바로 운전 출퇴근을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 지금은 자동차와 한몸이 되었다. 운전을 못했던 나를 상상할 수 없다.
카테고리 | 목표 | 달성률 |
건강 | 주 5회 운동 매일 30분 | 200% |
건강 | 최소 6시간 수면 | 50% |
건강 | 종합비타민, 비타민 B군 주 5회 섭취 | 100% |
건강 | 음주 주 2회 | 50% |
자기계발 | 영어 1주일 3회 30분 이상 수업 듣기 혹은 공부 | 30% |
자기계발 | 면허 취득 + 운전 잘하게 되기 | 100% |
자산 | Volvo XC40 Recharge | 100% |
마무리하며..
늦게나마 2022년 한 해를 결산하다 보니 기존에 계획했던 일들 이외의 좋은 일,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 훨씬 더 많았던 한 해였다. 2023년 계획을 세울 때는 회사와 나의 행복이 더욱 동기화가 되는 한 해를 다짐한다. 숨 고르기를 잘해보자. 긴 호흡으로 파도를 즐기는 한 해가 되길!
새글 나오는데 한달은 에바였다 혜민아 ㅋㅋㅋ
맥주도 세는건 너무 타잇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