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식회사 크리에이트립을 창업한지 7년이 된 날이다. 이제 오늘부터 8년차에 접어들었다. 등기부등본을 받고 신기해했었던 일이 기억난다. 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나는 크고 작은 이슈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친구가 보여준 2016년의 창업 초기 내 사진을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것처럼 웃고 있는게 순진한 대학생같아 안쓰럽고 걱정된다 (ㅋㅋ). 지금의 나를 보면 (만 나이로) 30대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흰머리들이 희끗희끗 보이기도 하고, 조금은 핼쓱해진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창업 만 7년을 꽉 채운 날을 기념해보고자 잠시 짬을 내본다.
창업을 추천하지 않지만 후회한적은 한 번도 없다.
포기한 것보다 많이 성장했다.
창업한 것을 후회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곤 한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연애건 직장 생활이건 모든걸 즐길 수 있었는데 너무 일찍 창업해 갈아넣은 시간이 아깝지 않느냐고 진지하게 질문 받았던 일이 기억난다. 물론 정말 갖고 싶고 하고 싶고, 즐기고 지금 당장 경험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포기한 것들이 수없이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것들보다 훨씬 더 소중한 것들을 얻었고 역설적으로 몰입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다양한 취미와 시각이 생겼고 상황을 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힘, 압축적인 경험을 통한 직관도 갖게 되었다. 잊지 못할 기억들, 다시 창업을 해야 한다면 같이 할 수 있는 동료들, 그리고 나의 많은 부분을 털어놓고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 회사의 방향을 뾰족하게 논의할 수 있는 어드바이저와 투자사들도 생겼다. 내가 계속 회사에 다녔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일들이다.
사회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한 것은 후회가 된다.
사회적 자본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을 하다 보니 창업 초기에 고민을 털어놓고 더 나은 해결책을 상의할 사람이 없었다. 또한 유능한 팀원들을 소개받는 것도 매우 난이도가 높았다. 네트워크가 다변화되지 않았기에 가장 친한 친구 중 한명이자 역량과 마인드가 너무 좋았던 지금의 부대표를 데려왔고, 크리에이트립에 같이 있는 동안은 친구로 지내지 않고 ‘회사를 키우는 관계’로 지낸다. 만약 지금의 부대표가 없었다면 회사는 성장을 멈췄을 수도 있지만 좋은 친구로는 계속 지낼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 한구석이 이상할때가 있다. 이런 네트워크들이 더 많았다면 단짝 한 명을 비즈니스 관계로 엮지 않으면서도 회사를 훨씬, 훨씬, 훨씬 빠르게 성장 시킬 수 있었다. 이 사회적 자본은 창업 중에 긴 시간을 두고 빌딩해야 했으며 심지어 아직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창업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과정 자체가 예측/통제 불가능하고 생각보다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창업은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소요되고 운도 있어야한다. 크리에이트립의 경우 코로나를 겪으면서 모든 지표를 창업 4년만에 리셋해야 했다.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재점검해야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코로나는 가장 이해하기 쉬운 예시일 뿐이다. 크고 작은 일이 매일 발생하고 대부분의 일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다. 결국엔 나의 선택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들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행동해야 한다. 솔직히 책임질 필요가 없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회사를 키우고 원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이끌고 가려면 해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는 과정에 몰입하고 결국 일이 되게 만든 후에는 말할 수 없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기도하다.
창업을 다시 할 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지금 얻은 것들을 돌이켜보면 창업한 것에 대한 후회는 하지 않는다. 다른 창업자들과 마찬가지로 후회를 해 볼 틈도, 후회를 해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생한 기억들 혹은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을 생각하면 창업을 다시 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모르고 겪어서 얼떨결에 견뎌냈던 일들이 대부분이다. 러시아 인형처럼 까도까도 나오는 새로운 이야기들과 가늠할 수도 없는 미래의 어려운 스토리들이 있을 상황들을 생각하면 나는 그릇이 얼마나 더 넓어야 하는지, 다른 성공한 회사들은 도대체 얼마나 고생을 했었던것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다시 새로운 마음과 도전 정신으로 출발선에 설 수 있을지 용기가 없다. 오히려 창업을 다시 해서 변화를 이끌기보다 원하는 사회 변화에 많은 자본을 투자하는게 낫지 않을까? 자본주의라는 패러다임과 공리적 측면에서는 자본가가 되는게 낫다는 생각이 지금은 훨씬 더 크다.
좋은 동료를 끊임없이 찾고, 그들을 믿고, 가끔은 그들을 위해 내 몫을 내려놓는 여유가 필요하다.
처음 창업할때는 동료가 중요하다고 하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사람보다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창업 7년 동안 가장 많이 느낀건 시장성이 매우 좋은 아이템이더라도 실행하는 사람들이 유능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 몰입할 수 있는 유능한 동료들을 끊임없이 찾고 동기부여 하는게 대표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에 대한 나르시즘 때문이었는지 스스로 모든 것을 하드캐리 해야한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면서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동료들에게 비인간적으로 못되게 굴었던 적도 있었다. 내가 제일 잘한다고 생각하면서 동료들의 몰입과 성과를 바라는 치졸한 마음으로 가득 차있었다. 물론 좋은 사람을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실패하기도 한다. 그것은 그 사람이 실패자가 아닌 서로의 TPO가 맞지 않았고 내가 성급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어떻게 하면 ‘같이’ 몰입할 수 있는지 설계하는 방식에 대해서 조금씩 배우게 되었다. 물론, 팀원들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추지는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팀원들이 나와 일하는걸 어려워하긴 한다. 의무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팀원들이 몰입함으로써 나오는 좋은 성과에 대해 스톡옵션 등 다양한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법을 체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끔은 정말 좋은 사람을 데려오려면 멀리보고 눈앞의 작은 이익을 내려놓을 수 있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크리에이트립의 성공은 예정되어있기 때문에 지금 내려놓는 것은 너무 작은 부분이다. 몰입하는 사람들이 성공해야 우리 크리에이트립도 1등 플랫폼이 될수 있다.
우리는 모두 평범하기 때문에 축적의 시간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창업할때의 자신감과 달리 나라는 사람은 그렇게 잘나지도 않았었다. 처음 창업 2년을 돌이켜보니 완전한 실패 (total failure)였다. 당시 있었던 팀원들은 대부분 떠나갔고 회사는 시드 투자 받은 2억원을 어렵게 쪼개 쓰고 있었으며 충분한 현금 흐름을 창출하지 못했다. 막판에 뾰족하게 노력해서 실적을 만든 덕분에 간신히 Pre A를 유치했다. 사회에 나와서 진정한 어려움을 겪고 스스로 해결해본 경험이 많지 않아 처음엔 쉽지 않았다. 지금도 이런 어려움들을 어떻게 심리적으로 소화할지에 대한 연륜은 생겼지만 나도 겪어 보지 않은 일이 많기 때문에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 잘 모를 것이다.
다른 창업가나 대표들도 똑같은 사람이다. 모두가 어쩌면 비슷한 출발선상에 서있었다. 결국 현명하게 시간과 노력을 축적해 나가야한다. 시행착오는 누구나 겪기 때문에 결국 빠르게 도전하고 경로를 수정하고, 잠깐 쉬었다가 다시 해보는 수많은 작업들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무조건, 무조건 절대적으로 압도적인 노력의 양이 필요하다. 양이 질로 전환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Pay it forward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돌이켜보면 말이 되지 않는다. 나 혼자는 해낼수도 생각할 수도 없었던 수많은 기회들을 잡을 수 있게 그 어떤 댓가도 바라지 않고 크리에이트립과 임혜민이라는 사람을 도와준 분들께 너무너무 감사한다.
전화 한통에 바로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츄리닝 바람으로 나와주거나, 펀드레이징이 어려울때 선뜻 본인의 네트워크를 고갈시켜가면서까지 아는 네트워크를 연결시켜주거나, 만날 수 없을땐 긴 메일로 해결 방법을 공유하고 응원해주거나, 미숙했던 실수들을 격려해 주거나, 새로운 사업 기회들을 만들어주었던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언젠가는 크리에이트립도 레전드로 성장해서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만약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는 위치에 이미 있는 사람들이라면 나라는 사람이 사회나 다른 창업가, 대표들에게 Pay it forward 할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간절히 바란다.
크리에이트립의 역사가 길어질 수록 더 잘될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어떻게 보면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모든 스타트업들의 여정은 치열하고 아름답다. ‘버티면 된다’라는 말을 누구보다 믿는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오랫동안 기다렸다. 2016년 처음 창업했을땐 한국이 전 세계 메인스트림이 될 것이란 말을 믿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되었다.
내 20-30대를 다 갈아넣을 수 있을만큼 마음 아프면서도 많이 성장했다. 3년 후에는 크리에이트립이 한류를 다 선점하는 플랫폼이 될거라 다짐한다. 창업 8년차에 오는 기회들을 잘 잡아서 창립 10주년에는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다 사용하는 플랫폼이 되겠다. 창업 10주년엔 팀 전체와 비싼 샴페인을 터뜨려 보고 싶다.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이 보여 마음이 조급해지는 한 해이다. 7년이라는 시간을 지내온만큼 속도감있게 성장하는 크리에이트립과 임혜민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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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흰머리가 제일 멋있다 절대 없애지마 ㅎㅎ 크리에이트립 대박날거
아 혜민아 크리에이트립도 이제 초기 기업 딱지 뗐구나.
우연히 링크드인에 너 글 공유된거 보고 들어왔다.
블로그 글들이 다 너무 좋다.
잘 읽고 간다!
종종 읽으러 올게
그리고 7년 동안 잘 살아서 버틴거 진심으로 축하한다!
연락 할게
글 풍년이다 ㅋㅋㅋ 혬누나 글 잘써 ㅋㅋㅋㅋ 동기부여 얻고 갑니다
혜민 대표님의 진솔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글을 보며 느낀 점도, 배울 점도 참 많았네요.
창업은 목표했던 것을 이루는 과정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인으로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이어서 더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3년 후의 크리에이트립 모습만큼이나, 3년 후의 대표님의 모습도 많이 기대됩니다! 저도 멀리서나마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혜민과 유능한 크리에이트립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