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피 애호가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아침에 한 잔, 오후에 한 잔 총 두 잔은 마신다. 아침의 커피는 공복 상태에서 마시는 경우가 많아서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라떼나 카푸치노를 마실때도 있고 아메리카노를 선택할 때도 있다. 브랜드가 달라지기도 한다.
반면 점심 이후 첫 번째로 먹는 커피는 약속이 없다면 보통은 빽다방 커피를 테이크아웃 한다. 메뉴는 아메리카노 혹은 라떼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만 테이크아웃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100% 빽다방에 간다. 혹시나 다른 더 좋은 가성비 프랜차이즈가 있을까봐 한눈을 팔아본(?) 적도 있다. M커피, C커피 등도 몇차례 다녀봤지만 역시나 빽다방이 좋다.
음식에 별 걸 다 따지는 나의 삶에 들어온 빽다방을 보며 나도 백종원 대표처럼 이런 브랜드, 이런 사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최근 유난히 더 많이 한다. 오늘은 산책 겸 교보문고에 들러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라는 책도 구입하고 바로 탐독해보기도 했다 (추천한다!). 그만큼 백종원이라는 사람, 그가 운영하는 빽다방이라는 브랜드, 그리고 더본코리아라는 회사가 궁금하고 배우고싶다.
신뢰의 이미지
처음 빽다방을 알게 된건 대학원생 때 였다. 그때 KAIST 경영대학 홍릉 캠퍼스에 있는 커피 프랜차이즈는 빽다방이 유일했다. 그때는 내가 빽다방을 유별나게 좋아한다기보다 유일한 카페였고 가격이 합리적이었기 때문에 매일 가는게 당연했다.
제대로 빽다방이’좋아진’ 건 신논현으로 이사온 시점 부터다.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접한 백종원씨의 좋은 인상이 다시 생각나 가볍게 한번 들렀다. 한 잔에 1500원이라는 가격 또한 무언가를 시도해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아메리카노는 대성공이었다. 과하게 탄맛도 없고 부드러웠고, 산미도 강하지 않아서 오후를 안정적으로 보내는 커피 용도로 안성맞춤이었다. 그 이후로 빽다방을 자주 갔다. 우리 크리에이트립 브랜드도 어떤 서비스를 론칭하든지 고객이 먼저 시도해 볼 수 있게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빽다방을 자주 가는 이유
가격
개인적으로 테이크아웃 커피는 가성비를 따지는 편이다. 장소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가성비를 생각한다. 물론 주변의 가성비 커피들이 모두 맛이 없다면 기꺼이 비용을 더 지불할 용의가 있다. 맛이 없는건 먹고 싶지 않다. 빽다방은 가성비를 고려했을때 충분한 깊이가 있다. 너무 어렵지도, 쉽지도 않은 커피. 치열한 오후를 보내기에 1,500원의 투자는 나쁘지 않다. 게다가 10잔 정도를 적립하면 1잔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 정도 퀄리티에 1,500원이면 남을까라는 의문도 있었지만 백종원씨는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에서 “남으니까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대중적인 외식업에서 마진을 최소로 추구하고 그 후 스케일이 나면 원가율을 떨어뜨리면서 마진율을 높일 것을 주문한다.
맛
맛의 중간지점도 잘 살렸다. 오히려 산미가 있는 고급스러운 드립 커피였다면 좋은 디저트와 함께 집중해서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테이크아웃 용으로는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직장인들은 일반적으로 오후에 다가올 나른함을 이기기 위한 용도로 커피를 사곤 한다. 대중의 기호와 목적에도 잘 맞는 부드러움을 가진 커피이다. (참고로 라떼도 맛있다!)
일관성
프랜차이즈는 일관성이 중요하다. 스타벅스를 사람들이 자주 찾는 이유도 개인적으로는 일관성 때문이라 믿는다. 노트북을 하는데 부담이 없고 인터넷이 될거라는 확신이 있으며 커피도 내가 생각하는 그 스타벅스의 맛이다. 빽다방은 가성비 브랜드이지만 일관성을 똑부러지게 잘 지킨다.
내가 가는 두개의 지점 중 하나는 직영점, 하나는 가맹점이지만 두 지점의 아메리카노와 라떼 맛은 놀랍게도 같다. 개인적으로 아메리카노의 맛을 유지하는 것도 난이도가 높지만 라떼 맛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꽤 힘들다고 생각한다. 두 지점의 라떼맛이 같다는 것을 알고 몇번을 감탄했다. 반면, M커피 등 다른 비슷한 포지셔닝의 프랜차이즈들은 내가 사는 동네와 회사 근처 지점의 맛이 다르다. 결과적으로 모르는 지역에 방문했을때 테이크아웃을 해야 한다면 M커피는 망설여질테고 빽다방은 확신을 갖고 선택할 것이다.
오퍼레이션
빽다방은 손님으로 북적이는데도 불구하고 대체적으로 커피가 빨리 나온다. 은근히 왔다갔다 하는데 시간이 소요되서 (테이크아웃이 완료되는 시점 포함 도어투도어 15분) 회사 앞 다른 프랜차이즈를 검토한(?) 적이 있다. 결과는 몇 차례 모두 대실패였다. 맛은 그렇다치고 아메리카노가 나오는데 15~20분이 소요되었다. 아직 안정화되지 않았을거라 생각하고 몇번을 더 시도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커피 제조하는 분들의 동선이 얽혀서 서로 부딪히기 일쑤였다. 손님의 눈으로만 봐도 아메리카노 주문이 월등하게 많은데 아메리카노만 따로 제조 하는 사람은 없어서 답답했다. 라떼를 시도해 보기도 했는데 20~25분이 소요되었다.
반면, 빽다방은 대부분의 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내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지만 음료의 종류마다 담당자가 있는것 같았다. 결국 나는 빽다방이 최선의 선택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절대 한눈팔지 않는다. ㅋㅋ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는다
빽다방을 갈 때는 주로 빽다방 자체 어플을 활용해 미리 주문을 넣어놓는다. 사용하기도 편리하고 대기시간도 줄어든다. 그리고 가끔 앱을 켰다는 이유로 무료 음료 쿠폰을 주기도 한다. 괜히 앱을 한번 더 들어가 볼 때도 있다.
다른 프랜차이즈들은 주문 어플등에 입점하거나 아니면 자체 어플을 병렬적으로 운영하는 식으로 비즈니스를 풀곤 한다. 물론 이것도 나쁜 형태는 아니다. 빽다방은 오히려 본인의 앱만 운영하는 것에 대한 확신/자신이 있는 것 같다. 그만큼 모바일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는게 중요하다고 믿는 것 같다. 이 어플을 다양한 마케팅 오퍼레이션을 통해 확장하면서 기존 고객의 리텐션과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어떤 편리함을 더 제공할 수 있을지 멈추지 않고 고민하는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점점 더 많이 소비한다..
빽다방은 내가 가끔 질러볼만한 디저트들도 꽤 있다. 내가 질러볼만한 오후의 디저트들은 팀원들에게 무심히 툭툭 선물하기 위한 용도이다. 남자 팀원들은 크림 단팥빵을 사가면 좋아하고, 여자 팀원들은 크룽지 같은 디저트를 좋아한다. 아무래도 여자 팀원들은 밥을 먹은 상태에서 빵을 먹는건 양심에 찔리지 때문에 크룽지를 좋아하는 것 같다. 새로나온 디저트는 양심에 덜 찔리기도 하고 옆 사람들과도 즐겁게 나눌 수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나도 공감이 많이 된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빽다방을 가면 커피를 기다리면서 보이는 여러 디저트들에 자연스럽게 눈이 간다. 가격대가 높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게 조그만 성의라도 쉽게 표현할 수 있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생각나는 팀원들을 위해 디저트들을 고르곤 한다. 팀원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다.
우리 크리에이트립도…
빽다방처럼 뚜렷한 색깔과 일관성, 그리고 훌륭한 오퍼레이션을 가진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가게 안에 백종원 대표는 없지만 그의 신념이 여기저기 깃들어 있다. 아직은 우리 크리에이트립에 구멍이 많이 보이기도 하고 조급해질 때도, 루즈해질 때도 있다. 일관성 있게 초심을 잃지 말아야겠다. 고객의 리뷰도 매일 더 면밀하게 들여다봐야지. 대만 고객들이 우리 직구 서비스가 런칭 되었을 때 ‘크리에이트립이 런칭한 것이기 때문에’ 좋아했던 사실들을 자주 떠올려야겠다. 지금은 대표놀이 한다고 고객에게서 너무 멀리 온 것 같은 느낌이다. 그 고객들을 다시 돌아보고 더 챙기고 지금 느끼는 불편함들은 무엇인지 연락해봐야지.
백종원 대표님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해서 아쉽다. 그래도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도 읽으며 멀리서나마 그를 만나고, 그의 브랜드들을 이용하며 더본코리아의 행보를 알아간다. 독서의 즐거움이 이런 것 아닐까? 그와 더본코리아가 하는 모든 일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무한한 그의 노력과 책임감, 실행력, 그리고 넉넉한 씀씀이를 본받고 싶다. 뒤에서 많이 배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번외
백종원씨의 저서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는 한번 읽어봄직하다. 그의 스타일 처럼 어렵지 않지만 본질을 이야기하는 좋은 책이다. 이렇게 좋은 국내 서적이 많이 생기다니!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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