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우선순위를 조절하는 일이 예전보다 버거워지고, 예측하지 못한 일들의 강도가 높아진다. 불확실한 상황에 대응해야 할 경우를 고려해서 나름 계획을 최소화 해 보았지만 여전히 무언가에 치여 산다. 분명 시간이 부족한건 아닌데, 해야 할 일들이 정리되지 않고 불안하다. 가끔 임혜민답지 않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임혜민은 누구일까? 최근 한두달 간은 통제력을 상실해 식습관도 현저히 나빠져서 2키로가 금방 늘었다. 알러지도 잘 사라지지 않는다. 그나마 부여잡고 있는 것은 운동이다. 100% 편하지 않다.
편안하지 않다.
성장하는 것에 대한 집착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운전하면서도 패턴을 바꿔보았다. 최근엔 음악을 많이 들었었지만 어제는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의 저자가 나오는 대담을 들어봤다. 생산적으로 시간을 쓰는 느낌도 들고 영어도 다시 살아나는 것 같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지혜를 얻는 것 같아 뿌듯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쳐내지 못한 일들과 토요일을 맞아 즐겁게 수다 떨었던 시간들, 인생에서 세번째로 맛있는 버거를 먹으며 서울 버거 프랜차이즈의 순위에 대해서 깊게 토론했던 시간들마저도 양심에 찔려 하고 있었다. 사실 그 시간들을 보내면서도 분명히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을거다. 인간이라면 조금 쉴 수도 있을텐데…
복잡성을 다루어야 하는 일을 미루는 습관들
이렇게 후회를 안고 귀가하면서 성과를 내는 토요일 저녁을 다짐했음에도 나는 어느새 인터넷에서 쓸데없는 것들을 탐색하고 지금 직면한 상황들과는 크게 관계 없는 Youtube 채널을 보고 있었다. 굵직하고 복잡한 일을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오히려 미루고 있었다.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오늘(일요일)도 시간이 많지는 않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일을 시작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시간은 많이 가있고 단순하고 급한 일들이 많이 쌓여있더라. 그래서 단순한 업무들을 열심히 쳐내다가 졸려서 금방 잠이 들었다. 시간이 부족한건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이 슬럼프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리지 못한 계획성과 완벽주의
잠들면서도 일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지! 했지만 결국 밍기적거리다 9시에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죄책감이 밀려왔다. 분명히 아침 6시 반에 눈을 떴는데 왜 더 잤을까 하는 생각으로 답답했다. 처리되지 못한 일들로 생각이 꽉 찼다. 그래서 이 처리되지 못한 일들을 마무리하기 위한 완벽한 오전 계획을 오전에 다시 만들었다. 모순적이었다.
결국 나는 나의 계획대로 하지 않았다. 차를 끌고 최근 좋아지게 된 카페로 무작정 출발했다. 왜 계획을 세운거지? 날씨가 압도적으로 좋은 날이라 기분은 좋아졌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무언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다. 굵직하게 끝내야 하는 일을 마주치고 싶지 않은 마음 절반과 스스로에 대한 자책 절반으로 쨍쨍한 햇빛을 받으며 멍하니 앉아있었다.
왜 편안하지 않을까?
타인의 인식과 다른 나
제 3자가 나를 바라본다면 지금 내가 스스로에게 느끼는 감정과는 사뭇 다를것 같다. 불확실성에 대한 상황에 대해 대처 중이고, 업무 강도도 높고, 어찌 됐든 회사는 커지고 있으니 나름 잘 대처하고 있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몸무게가 증가하면서 근육도 꽤 증가했기 때문에 요즘 중량을 많이 치고 잘 챙겨 먹어서 그런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히 무언가 잘못되었다. 가면을 쓰고 있는것 같다. 기분 좋으면서도 한켠이 애매한 느낌..
지금의 현실
이 모든 상황이 꽤 답답해서 오후 운동을 끝내고 카페에 앉았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현 상황을 돌아본다면..
- 일상 속에서 크리에이트립을 성장시킬 충분한 시간이 이미 확보되어 있다. 구조적으로 생각하고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시간도 충분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레벨이 떨어져 있고 집중력과 동력을 잃었다. 스트레스에 예전 만큼 탄력적으로 반응하지 못한다. 중요한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다.
- 내가 일으킨 복잡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모든 일은 바로 나에게서 시작되었으면서. 내가 직접적으로 일으킨 일들이 아니라는 모순적인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오너십이 저하되었다.
- 쉴때 충분히 쉬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퇴근 시간과 출근 시간이 들쭉날쭉하고 카페인 섭취량만 늘고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가끔 슬럼프를 겪을 수 있는 내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한다. 나의 일상은 완벽해야 하고 나는 항상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받아 들이지 못하는 나, 나를 잃어버린 나.
이런 나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불편하다. 자아는 스스로를 거부하고 있다.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기준은 높은데 현실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자책만 늘었다. 변화한 상황에 대해 적응하지 못하고 집중을 잃었다. 행복하지 않다. 리셋이 필요하다.
결심!
앞으로는 이렇게 해보려고 한다.
행복
- 결과나 과정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나답지 않다. 앞으로는 그냥 한다. 불확실성을 받아들인다. 필요없는 일에 대해서는 스위치를 끈다.
- 여유를 가진다. 아무것도 안할때, 놀 때, 운동할 때는 그 순간을 100% 즐긴다. 온전한 나로 지낸다.
- 주변의 사람들을 더 많이 아끼고 온전히 그들과의 시간에 집중한다. 즐길 수 없으면 차라리 혼자 있자.
- 식사를 할 때는 음식의 맛에만 집중한다.
- 하루에 한 개는 내가 좋아하는걸 한다.
-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 불편하지 않다면 기꺼이 필요에 응한다.
- 스스로 2~6을 즐길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 행복에 대한 기준을 낮춘다. 역설적으로 행복에 집착하지 않는다.
일
- 일할때는 더 치열하게 한다. 복잡하고 중요한 일을 먼저 한다.
- 내가 관여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아닌지 판단하고 정리한다.
- 아침 5시 새벽의 조용함을 즐기는걸 다시 시작한다. 10분간만이라도 명상을 한다.
- 일을 시작할 때 노트에서 생각을 정리한 후 컴퓨터를 킨다.
- 평소에 하는 계획보다 훨씬 더 큰 단위로 계획한다. 완벽한 계획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받아들인다. 작은 계획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
- 팀원들에게 더, 더, 더 많이 위임한다. 명확한 기대치를 함께 설정한다.
- 잠들기 전에 오늘 하루를 회고하고 간단히라도 기록한다.
-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자책하지 않는다. 나를 받아들인다.
건강
- 한 달간 운동을 평소보다 일찍가서 사이클을 10분 정도 더 한다.
- 한 달간 사무실에서 과자는 먹지 않는다. 친한 친구들에게 과자를 끊을 나의 다짐과 이를 실천하는 일상을 계속 공유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간 운동을 꾸준히해서 짱먹은(ㅋㅋ) 나의 회복력을 믿는다.
- 이 모든것을 통해 지방을 1kg 감량하려고 한다. 이 날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과 술을 먹는다.
시간관리
- 페이스북과 링크드인 모바일 앱을 지운다.
- Youtube는 쓸모 있는 채널만 본다. 이를 위해 Youtube의 히스토리를 리셋한다.
-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은근히 남에게 인정받으려고 하는 나의 마음을 지운다.
마지막으로 나 또한 인정받고 싶고, 행복하고 싶고, 그럼에도 평범하고 결핍이 있는 존재라는 걸 받아들인다.
마무리 하며
오늘은 1시간만에 블로그를 완성했다. 역시 명확한 목적의식이 도움이 많이 된다. 스스로를 정리하고 싶었다. 뿌듯하다.
혜민아 행복하자. 지금을 즐기고 중요한 순간엔 나답게 치열해지자. 그리고 매일 웃자 🙂
혜민이의 솔직한 매력 터지는 글이다
스위치를 끈다는 말 너답다 혜민
잘 안꺼져 ㅋㅋㅋ 젠장
이럴땐 강제로 두꺼비집 내려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