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성공한 창업가분과 메일을 주고 받는 즐거움이 생겼다. 최근 메일에서는 세상을 스쳐가는 우리 존재의 가벼움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대화가 시작이 되어 최근 몇 일간 이 주제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다.
인생은 결국 우주/거시적인 관점에서는 먼지와 같고 별 의미가 없어 허무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무상함이 오늘의 번뇌에 더 초연해지고 현재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오늘은 이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들을 정리해 본다.
끝없는 순환고리
처음으로 우주적 순환론(그리고 그 안에서 존재의 무상함) 관점에서의 내 존재를 깊게 생각해보게 된건 학부생 때였다. 천문학 관련 교양수업이 그 계기였는데 여러 이론 중에서도 우주 생성 이론을 매우 흥미롭게 들었다.
별들이 태어나고 죽는 과정에서 초기 우주에는 없었던 다양한 원소들이 생긴다. 별의 죽음은 또 다른 원소들을 생성하고 폭발적인 에너지로 이 원소들을 우주 공간으로 날려 보낸다. 이 과정 자체가 또 다른 행성이나 별이 탄생하는 자양분이 된다. 이러한 수억년의 과정을 통해 다양한 재료들이 뭉쳐 행성이 생성된다. 그 행성 안에서 운이 좋으면 생명이 탄생한다. 아이러니하게 희귀한 확률로 탄생한 그 생명 또한 필연적으로 수명을 다한다. 생애주기가 끝난 생명은 또 다른 생명이 태어날 수 있는 원소가 된다.
이 과정을 곱씹어보며 나와 모든 사람은 우주로부터 왔고 우리의 존재는 딱히 특별할것도 모자랄것도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어차피 우리는 개별적인 삶이 어떠하든 거시적으로 동일한 생애주기를 거친다. 나도 언젠가는 죽고 나는 다른 무언가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인생의 회전목마
한달에 한 두번 꼭 듣는 곡이 있다. <인생의 회전목마>라는 곡이다. 무상한 우리의 존재를 접하곤 한다. 이 곡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라는 애니메이션의 OST로, 대부분 한 번쯤 들어봤을거라 생각한다. 이 곡은 애니메이션 속 화면의 감도나 분위기 그리고 줄거리와도 잘 어울리지만 곡 자체만으로도 의미심장하다.
인생의 회전목마를 듣다보면 어렸을때 재밌게 읽었던 삼국지도 많이 생각난다. 춘추전국의 난세에서 천하통일을 이루는가 싶었지만 길게보면 통일된 제국은 다시 분열한다. 삼국지를 읽으며 덧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순환의 관점에서 삼국지를 해석한다면 그들이 세상을 통일하려 노력했던 신화들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다음 세대가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가 일으킨 먼지들은 다음 챕터의 씨앗이 된다. 순환하는 무상한 우주안에서 결과적으로 우주는 아름답게 성장하고 있는 것 처럼.
인생은 회전목마와 같아서 오르고 내려옴을 일정 궤도안에서 반복하고 좋음과 슬픔, 그리고 성공과 하락은 필연적일 수도 있다. 회전목마라는 정해진 세팅 안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는 우리의 모두의 삶은 서글플수도 있다. 그러나 멀리서 보는 회전목마는 여전히 아름답다. 우리의 삶도 모래알 같을 수 있지만 희노애락이 무한하게 순환하는 우주는 빛이 난다.
초연해지기
우리 모두 비슷한 존재라는 것을 떠올리면 지금 겪는 어려움들도 그렇게 큰 것은 아니다. 내가 겪는 일이 인생에서 큰 고초라고 생각해도 돌이켜 보면 어느새 극복하고 작은 일이 된다. 어찌보면 이 고초를 이겨내면 내가 없을때 펼쳐질 유니버스에 꽤 괜찮은 자양분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려움은 초연하게 받아들이고 오늘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만약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이 온다면, 오늘 내가 느끼는 행복은 회전목마가 내려갈땐 잠시 사라질 수 있으니 더 소중하게 여길것이다. 반면 오늘 느끼는 어려움은 누구나 한번쯤 겪는일이니 초연해지려고 한다. 어차피 임혜민의 회전목마는 아름다울 것이므로!
우리 모두의 회전목마는 슬프지만 아름답다라는 결론 좋다 ㅋ
읽다가 Cateen 나와서 놀랐네!
방한 했을때 출장중이라 못가서 너무 아쉬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