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우리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밸류를 계속 고민한다면 3년 후에는 분명히 대성해 있을 거라고 파이팅을 외쳤다. 우리의 글로벌 고객에게 크트는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 그들은 왜 크리에이트립을 사용할까. 나는 크트 대표로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까.
이제 무려 두 달이 되는 이야기이긴하다. 외국인 고객들에게 우리 서비스가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한창 고민이 많았다. 시장은 풀리는데 우리는 아직 느리다는 생각으로 꽉 차있었다. 마침 외국인들은 한국 식당 예약이 어렵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한국 전화번호가 없고 한국어가 어렵기 때문에 예약 난이도가 높다. 같은 식당이라도 한국인은 기다릴 필요가 없고 외국인은 기다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식당 예약 대행 서비스!
갑자기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서 식당 예약 대행을 해 보는게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크리에이트립에서만 모든 식당을 예약 신청 할수 있도록 한다면 다음과 같은 기대 효과가 있었다.
- 실제 예약 성사율이 낮더라도 수요가 없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유입/가입을 기대할 수 있다.
- 고객도 예약 대행을 신청하는 식당이 인기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예약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 이 서비스가 바이럴을 탄다면 외국인에게 인기 있는 식당이 어떤 곳인지도 알 수 있고, 역으로 유명한 식당과 더 빠르게 제휴를 할 수 있다.
- 그리고 우리가 어려웠던 창업 초창기 시절 믿었던 밸류. Do things that don’t scale.
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가 어려웠다. 확인해야할 몇 가지가 있을것 같아 CX담당자와 대화를 해 보았다. 정말 바로 시도해봐도 괜찮을것 같았다. 내 성격상 프로세스를 구체화할 필요는 없었다. 일단 해 봐야 아니까.. (이런 나의 성향으로 고통받은 팀원들이 꽤 많다..ㅎ)서비스를 하루 안에 오픈할 수 있을 듯 했다. 오픈하는 날이 주말이라 오퍼레이션을 담당할 사람을 지정할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월요일까지 기다릴까 하다가 일단 열고 초반엔 내가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우리 서비스는 100% 글로벌 사용자이기 때문에 번역이 가장 큰 병목이다. 다행히 규희가 ChatGPT로 번역하는 기능을 백오피스에 만들어 놓아서 영어, 일본어, 중국어는 바로 번역했다. 영어는 번역해 보니 역시나 완벽했다. 중국어는 내가 봐도 이상한 점이 몇가지 있어서 고친만큼 원어민이 보면 자연스러울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나한텐 속도가 중요했다. 궁금하면 해당 서비스 설명에 작성해 놓은 메일로 연락 주겠지? 연락 오면 ChatGPT 로 일단 대답해야지 싶었다.
개선, 개선, 개선
서비스를 오픈하고 자고 일어났다. 눈 뜨자마자 예약이 들어왔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컴퓨터를 바로 켰다. 덕분에 운동에 지각할뻔 했다 ㅎㅎ예약은 들어오지 않았지만 해당 서비스를 찜한 고객들이 있었다. 찜 수가 하나도 없는 스팟도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첫 출발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운동을 가는내내 즐거웠다.
운동을 마치고 한적한 주말 오후 카페에서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예약이 바로 들어왔다! 이 식당은 예약을 받는지 안받는지, 워크인만 가능한지, 보증금이 필요한지 등 몇가지 기초적인 사항을 확인하면서 예약을 특정 어플로만 받는다는 것, 그리고 가까운 날짜는 예약 자체가 불가능한 점 등이 눈에 띄었다.
애초에 서비스를 오픈하기로 마음먹으면서 기대한 장밋빛 미래까지는 아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예약이 성사되지 못할 확률이 컸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식당 예약 대행 서비스의 성사율은 3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고객이 예약 신청한 시간은 예약 자체가 불가능해서 취소 통보를 할까 했지만, 그래도 예약이 성사되면 좋은거니까 해당 어플에서 비어있는 시간대에 방문 가능한지 다시 물어봤다. 물론 GPT를 활용했다. (GPT는 CS를 정형화하는데 매우 뛰어나다. 번역해서 대답하기 보다는 상황만 짤막하게 알려주면 해당 언어로 CS 메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써주어 매우 편리했다.)
결국 고객과의 예약은 성사되지 못했다. 고객은 다른 여행객들과 달리 2박 3일 짧은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예약 변경 여지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은 빠른 응대와 친절한 안내에 고마워했다. (고마워 ChatGPT..)
취소된 고객들의 문의도 꽤 있었다. 우리 여행 서비스에는 “취소 사유”를 설명해 주는 기능이 없다. 예약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만석이나 공휴일이기 때문에 사유를 별도로 안내드리지 않고 취소한다라고 써 놨지만 역시 고객은 읽지 않는다. 동일한 문의가 점점 많아져서 예약이 불가능할 경우 취소 사유를 안내하는 기능을 붙이기로 했다.
병렬적으로 예약 문의가 많은 식당들은 제휴를 빠르게 진행해야 했다. 사업개발 팀원들이 열심히 제휴하고 있다. 서비스가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
인기 서비스로 자리잡다.
1주일 정도 해 본 결과 어떤 식당이 인기 있는지 거의 바로 알 수 있었다. 예전에는 콘텐츠 조회수나 찜수로 어떤 식당이나 카페가 인기있는지를 가늠하곤 했었지만 이 대행 서비스를 통해서는 비용을 결제하기 때문에 99% 정확하게 외국인들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다.
지금은 별도의 마케팅없이 하루에 20~30건 정도의 예약이 신청된다. 덕분에 국적별 인기 식당과 메뉴도 명확하게 알 수 있고 밖에서 고생하는 사업개발 조직에게 어떤 식당에 제휴를 하면 성과가 나는지, 우선순위를 어떻게 세우면 좋을지 전달할 수 있다. 유입과 외국인 선호 데이터를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
예약 성사율이 30%를 밑도는건 아쉽다. 이건 빠른 제휴와 기능 추가를 통한 개선이 필요하다. 생각보다 외국인들이 예약하고 싶어하는 식당들이 다양하기도하다. 이럴땐 마음이 조금 더 급해진다. 우리 고객들은 그 누구보다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이 이해도는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크트가 줄 수 있는 가치를 꾸준히 고민해야 한다.
나는 서비스를 오픈하는게 가장 좋다
오랜만에 직접 오픈한 서비스가 잘되다니! 식당 예약 대행 서비스를 스스로 오픈하면서 아직 크트 창업자로서 외국인 대상의 서비스에 대한 뾰족함이 무뎌지지 않았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팀이 작았을땐 많은 서비스를 직접 오픈하고 콘텐츠도 직접 작성하는게 종종 답답할때가 있었다. 그 때는 양으로 갈아넣었어야 해서 1시 퇴근 6시 기상을 무한반복 했으니까.. 그렇지만 그 때의 고생은 장점이 더 크다. 되는것과 안되는것에 대한 직관이 자연스럽게 생겼고, 회사가 커진 다음에도 팀원들에게 가끔은 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다. 고생은 히스토리로 남아 나의 역량이 되었다.
아직도 서비스를 오픈하는게 좋고 예약이 들어오면 짜릿하다. 한국에서 무엇인가를 작업하면 외국에서 반응한다. 몰입할 수 있다. 그 때보다 회사는 많이 커졌고 좋은 팀원들이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가끔은 내가 직접 서비스를 오픈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ㅋㅋ
앞으로도 많은 고생이 남았다. 그 고생들을 하나의 수련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넘겨봐야겠다. 이러고 또 힘들어하겠지..ㅎㅎ 돌아보니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크트 잘 되자!!!
누나 아직도 서비스에 집중하네! 크리에이트립 잘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