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거를 정말 좋아한다. 일주일에 3번까지 먹을 수 있다. 특히 운동이 끝난 다음 제로콜라와 함께 먹는 와퍼, 저녁에 고된 하루를 마무리 하면서 생맥주와 먹는 슈퍼두퍼는 천국이다.
어렸을 때부터 버거를 좋아했었다. 유년 시절을 보낸 여수에서는 빅웨이라는 로컬 버거 브랜드와 롯데리아가 있었다. 생일이 되면 친구들과 이 둘 중 하나의 버거 가게에 가서 배터지게 먹을 수 있는 용돈이 생겼다. 당시엔 버거도 버거이지만 밀크쉐이크가 너무 맛있었던 빅웨이를 조금 더 선호했다.
유년 시절의 여수에는 버거 가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어떤 버거가 더 맛있는지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그 때는 생일이면 버거 가게에서 생일파티를 하는게 초등학생의 문화였다. 생일을 맞는 친구가 있으면 용돈을 어떤 버거 가게에 써야 할지 함께 고민에 잠기곤 했다. 평소 순위를 매기는 걸 좋아하는 성향도 있는데다가 유년 시절의 경험도 있어서인지 지금도 버거 프랜차이즈 들을 비교하고 토론하는 것을 즐긴다. 버거를 워낙 많이 먹어보아서 자신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은 버거를 많이x100 좋아하는 한 명의 개인으로써 느낀 버거 순위와 취향을 적어보려고 한다. 버거는 같은 버거 가게라도 메뉴마다 다르고, 음식에 대한 개인 취향은 모두다 다르기 때문에 나의 취향이 버거 브랜드의 우열을 가리는건 아님을 밝혀 둔다.
버거의 순위
이번 버거의 순위는 3번 이상 먹었던 프랜차이즈로 한정한다.
1위: IN-N-OUT (인앤아웃)
그렇다. 아직도 인앤아웃은 한국에 없다ㅠㅠ 인앤아웃 버거를 처음 접한건 샌프란시스코에서였다. 교환학생 시절 일본 친구와 함께 맛보게 되었다. 일본 친구는 10일간의 여행 동안 반드시 가고보고 싶고 먹어보고 싶은 리스트를 책에서 찾아왔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인앤아웃 버거였다.
아직도 버거를 먹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이 기억난다. 아삭한 양파의 식감, 패티에서의 깊은 육즙과 살짝 녹은 치즈의 맛이 완벽하게 잘 어우러졌었다. 그 이후 너무 맛있어서 친구와의 여행 때 샌프란에서 2번을 더 갔다. 그 후 미국 서부도시를 방문할 일이 있을때마다 인앤아웃을 빼먹지 않았다. 못 먹은지 한.. 5년은 된것 같은데, 아마 미국 서부에 간다면 잊지 않고 자주 들를 것이다. 먹고 싶다 ㅠ
인앤아웃을 여러번 방문하면서 다양한 사이드를 시도해 보았었다. 치즈 버거가 너무나 맛있었기 때문에 감자튀김에 치즈를 추가하는건 큰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치즈의 맛을 버거에서 100% 이상 느끼는게 더 좋았다. 그래서 인앤아웃에 가면 반드시 치즈 버거를 주문하고 기본 감자튀김을 먹는다.
2위: SUPER DUPER (슈퍼두퍼)
개인적으로 미국 서부 도시에서는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고를 제일 좋아한다. 귀국하고 나서도 샌프란시스코에 몇 차례 더 놀러갔다. 인앤아웃도 물론 빼먹지 않았지만 현지친구가 ‘요즘 난리 난 버거’가 있다고 해서 같이 방문했었다. 인앤아웃 못지 않게 맛있었다. 전체적인 재료가 매우 신선했다. 패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인앤아웃 버거보다는 육즙이 풍부했다. 그럴일은 없겠지만 만약 인앤아웃 버거에 양파의 아삭한 식감이 없었다면 슈퍼두퍼가 1위가 되었을것 같다. ㅋㅋ
그 후 시간이 흘러 슈퍼두퍼가 서울 강남에 진출했다. 10번 정도는 갔었다. 우리 회사에서 진행하는 대표와의 OJT시간에도 슈퍼두퍼를 주문한다. 물론 샌프란시스코에서의 그 맛과는 조금의 거리가 있지만 블루치즈 버거는 최애이다. 아쉬운 점은 슈퍼두퍼 강남점이 메뉴에 따라 사람들의 평가가 확실하게 갈린다는 것. 나 또한 블루치즈를 제외한 갈릭이나 다른 버거를 먹었을때는 슈퍼두퍼의 아성을 느끼기 어려웠다. 그래도 블루치즈 버거는 맛있다. 저녁에 먹으면 에일 맥주와 꼭 같이 먹는다.
3위: 브루클린 더 버거 조인트
요즘 한창 꽂혀서 많이 방문했다. 처음엔 치즈 스커트라고 소셜 미디어에 많이 나온 버거를 먹어봤었는데, 치즈가 구워지고 넓게 퍼져 있어서 비주얼은 현란했지만 크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버거 자체의 맛이 좋았던 기억이 있어 다시 방문했었다. 이 땐 둘러진 치즈만 제외된 메뉴인 브루클린 웍스를 주문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기본적인 재료들이 매우 신선했고 인앤아웃만큼은 아니지만 양파에서 살짝 아삭한 식감이 있었다.
이 방문에서는 또 다른 버거 러버인 우리 개발 리더가 강력 추천하기도 한 고구마튀김을 주문해서 먹어보았는데, 역시 정말 맛있었다. 고구마 튀김 자체도 살짝 달아서 맛있었고 같이 나온 소스와의 조합이 찰떡이었다. 개발 리더는 너무 고맙게도 반드시 소스에 찍어먹어야 한다고 강조해주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잘 안찍어먹었을지도.. 지금은 나의 인생 메뉴가 되었다. 난 미식가들을 너무 사랑한다.
4위: 굿 스터프 이터리
신논현역 앞에 가게가 있었는데 매출 부진으로 없어져 너무 아쉬운 곳이다. 가성비를 생각하면 너무 아깝지만 오바마가 즐겨 먹었다는 프레지던트 버거는 항상 나의 최애였다.
5위: 파이브 가이즈
파이브 가이즈는 미국에서 한 번, 싱가포르에서 한 번 먹어봤다. 파이브 가이즈의 특징은 단연 풍부한 육즙이다. 그 외의 재료로 기교를 부리지 않아 굉장히 좋아하는 버거 프랜차이즈 중 하나다.
버거 자체도 기본을 잘 지키지만 파이브 가이즈 스타일 감자튀김과 잘 어울린다. 쉐이크와 먹으면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강남에 오픈한 후의 긴 줄을 보며 줄 좀 줄어들면 다시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6위: 쉑쉑 버거
최근 주말에 출근하면서 부쩍 자주 간다. 처음 동대문에서 먹었을땐 치즈가 너무 짜다는 느낌이 있어서 좋아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꽤 지나서인지 그때 기억과는 확연히 다르다. 쉑쉑 버거에서는 더블패티 + 제로콜라 조합만 계속 먹고 있다.
주문 후 20분 정도가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어서 평일엔 갈 엄두가 나지 않지만, 최근 새로 입사한 팀원들의 OJT를 진행할때 공식 메뉴를 슈퍼두퍼에서 쉑쉑버거로 바꿀 정도로 선호도가 높아진다. 슈퍼두퍼는 아직도 1순위 이지만 기름이 많아서 먹기 불편해하는 팀원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쉑쉑이 더 저렴하기도 하고!
*강남점 기준으로 라거는 정말 별로다. 다른 맥주나 음료를 주문하는게 훨씬 좋다.
7위: 다운타우너
한남동에서 미팅이 있을 때 한 번, 주말에 출근해서 배달로 한 번 먹었었다. 맛있어서 미팅 자리었음에도 불구하고 맛있다고 여러차례 말한 기억이 있다. 보통 기본적인 재료 외 아보카도 등이 섞이면 맛이 너무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다운타우너에서는 그런 복잡한 느낌이 없고 다양한 재료가 잘 어우러져서 놀랐었던 기억이 있다.
8위: 길버트 버거 앤 프라이즈
음식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친구와 신사동 본점에 갔었다. 여기서 국내 버거 프랜차이즈들 순위에 관해서 1시간이 넘는 매우 열띤 토론이 열렸다. 서로 버거를 너무 좋아하다보니 의견이 팽팽했는데, 결국 개인의 음식 취향에 관련된 이야기이라 우열을 가릴 수는 없고, 우리가 정한 버거 순위는 꽤 일치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았다.
친구는 길버트 버거를 주문하고 나는 MR.프레지던트 버거를 주문했다. 패티에서 나는 불향이 굉장히 좋았다. 우연히 주문한 맥앤치즈도 맛있었다. 어니언링도 크고 바삭했다. 어니언링과 함께 서빙된 홀스래디시를 서로 극찬할 정도로 소스가 서로 잘 맞았다.
개인적으로는 계란도 들어있고 베이컨도 들어있어서 맛이 다양해 조금은 집중하기 어렵다는 느낌이 있었다. 반면, 친구는 국내 수제버거 프랜차이즈 중 가장 만족스러운 버거라고 했다. 국내 기타 프랜차이즈들보단 개인적으로 덜했지만 그래도 신사동에 온다면 다시 오고 싶은 곳이었다.
9위: 버거킹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랜차이즈 ‘리얼’ 패스트푸드 버거를 고르라면 단연 버거킹이다. 개인적으로 버거의 핵심은 패티의 퀄리티라고 생각한다. 맥도날드 버거의 패티 퀄리티도 괜찮지만 버거킹이 단연 1등이다. 재료는 비슷할 수 있으나 육즙은 버거킹이 더 풍부하다. 프랜차이즈 버거를 먹을땐 버거킹 아닌 다른 브랜드는 잘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요약
순위 | 브랜드 | 대표 버거 | 사이드 |
---|---|---|---|
1 | 인앤아웃 | 치즈버거 | 감자튀김 |
2 | 슈퍼두퍼 | 블루 치즈 | 에일 맥주 |
3 | 브루클린 | 브루클린 웍스 | 고구마 튀김 피넛버터 쉐이크 |
4 | 굿스터프 이터리 | 프레지던트 버거 | 샐러드 |
5 | 파이브 가이즈 | 치즈버거 | 파이브가이즈 스타일 감자튀김 |
6 | 쉑쉑버거 | 쉑버거 더블패티 | 제로콜라 |
7 | 다운타우너 | 아보카도 버거 | 제로콜라 |
8 | 길버트 버거 앤 프라이즈 | MR. 프레지던트 | 맥 앤 치즈, 어니언링 |
9 | 버거킹 | 치즈와퍼 | 제로콜라 EXTRA 모든 재료 코울슬로 콘샐러드 |
10 | 맥도날드 | 빅맥 | 제로콜라 |
11 | 노브랜드 | 코울슬로 치킨 버거 | 제로콜라 |
( 그 외 미정) |
맛있는 버거는 기본을 지킨다.
모든 음식이 그렇듯이 맛있는 버거는 가장 기본을 지킨다. 두툼하고 육즙이 살아있는 패티. 신선한 재료. 그리고 패티와 재료들의 어울림. + 그리고 제로콜라!
아, 버거 순위를 정리하자니 다시 미국 서부에 놀러 가고 싶다. 그 전까지 서핑을 마스터 해 놔야겠다! 서핑 끝나고 버거와 맥주를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