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부터였던가. 원래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았었던 나는 어느 순간 소외감이 느껴졌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인스타에서 놀고 있었기 때문. 또한 내 모습이 통제되지 않는다는 걱정도 생겼다. 내가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그 사진을 인스타에 친구가 올린걸 다른 그룹의 친구가 캡쳐해서 나에게 보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죽어있던 인스타그램 계정을 살리고 몇 개 포스팅을 올렸다. 역시나 초기 페이스북 만큼 재밌었다. (물론 지금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는 것은 너무 늦긴하다…ㅎㅎ) 친구들이 스토리에 반응해 주는 것도 재미있긴 했다. 별로 친하지 않았던 사람들과도 DM을 통해서 반응을 하며 친해졌다. 알람을 꺼놓긴 했지만 하트 몇 개 받았는지도 궁금해서 자주 들어가 보기도 했다. 하트가 올라갈 수록 짜릿했다.
서로 친한 사람이 누군지도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내가 술자리에서 들은 것보다 친한 사람들의 네트워크는 훨씬 다양했다. A,B는 친하고, B와 C가 친했다. 나는 그들을 따로 만나고 있었는데. 오, 신기하다. 나도 그 모임에 가까워 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시한번 묘하게 짜릿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스타그램 피드를 하염없이 보고 있는 내가 느껴졌다. 피드들을 보고 누우면 마음은 의외로 편치 않았다. 내가 못가진 것들이 홍수처럼 피드를 도배하고 있었기 때문.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받는 모습, 아이와 행복한 부모, 휴양지에서 놀고 있는 모습 등.. 내가 크트를 하는 동안 욕심내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들이다. 그렇지만 막상 피드를 보니 서글퍼졌다. 조금 더 현타가 왔던 건 내가 보는 이 피드의 사람들이 지인들도 있겠지만, 내가 아예 모르는 연예인들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 (아마 친구 수가 별로 없어서 나와 같은 동년배들이 많이 보는 콘텐츠들이 피드에 노출되었을 확률이 높다) 난 왜 나랑 관련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현타를 느끼는가? 심지어 이들의 현실은 그렇게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치 내가 행복한 사진을 올린날 감정이 바닥을 찍었던 것처럼..
현타를 느낀 한 가지가 더 있었다. 피드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이 갖는 ㅇㅇ한 습관”,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 이런 류의 피드도 꽤 많았다. 그냥 넘어가면 될 일인데 괜히 그 콘텐츠들을 본 후 “나는 성공하지 못했지…”, “아, 나는 왜 이럴까”라는 자격지심을 느꼈던 것이다.
개선을 하고 싶었다. 소셜 미디어를 하면 ‘좋은 점’은 무엇인지 생각했다. 그건 바로 나와 크트 소식을 전할 수 있는 거였다. ‘내가 이렇게 잘 놀고 있다’, ‘나는 이만큼 성취했다’, ‘우리 크트 이렇게 잘하고 있다’라는 말을 전달하는 창구로서 소셜 미디어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좋은 점을 십분 활용하려면 내가 내 할 말만 하고 신경을 끄는게 중요하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내 이야기보다는 크트 이야기를 많이 해야 신경을 덜 쓸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의도적으로 사용량을 조금 줄이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앱을 지워버릴 결심은 하지 못하였다.
그 와중에, 얼마 전 시간이 붕 떠서 도파민 네이션이라는 책을 사서 읽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투브나 소셜 미디어에 많이 등장해서 인지하고 있었다ㅎㅎ. 도파민 네이션은 우리 사회가 고대 사회와 비교했을때 자극을 매우 추구하는 사회로 변질되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소셜 미디어를 통한 과도한 연결, 온라인 포르노 유통 등이 주는 악영향을 이야기했다. 인간이 평소와 같았으면 소화하기 어려운 도파민이 분출된 후 기분은 잠깐 좋을 수 있지만 도파민 레벨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간 만큼 기분은 바닥을 찍는 경향을 책에서는 설명하고 있었다.
책을 덮은 후 ‘소셜미디어와 멀어져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앱을 핸드폰에서 지워버렸다. 인스타그램은 정말 하고 싶으면 앱을 다시 깔아서 시간 정해놓고 사용한 후 다시 앱을 지우기로 마음먹었다. 페이스북은 스스로 부채감이 있어서인지 예전부터 자동 로그인을 사용하지 않았고 2단계 인증을 걸어놨었기 때문에 로그인 하기가 매우 귀찮았다. 어차피 웹에서는 회사 일 올릴거 아니면 많이 못쓰고 있었다. 페이스북은 웹에서는 크트 PR 용도로만 사용하기로 정했다.
그 후 핸드폰 사용시간이 많이 줄었다. 하루 평균 20분 정도 줄어든것 같다. 하루 20분을 안써도 되는 일에 낭비하고 있었다니 너무 아까웠다. 자격지심에서 오는 피해의식도 없어졌다.
그래서. 시간이 날때는 책을 읽는 것이 좋다. 🙂 좋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