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성실의 아이콘이자 성인군자였다. 아빠는 내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 화를 내지 않고 정성스런 편지로 나를 타일렀고 (물론 사춘기때는 그 아무것도 먹히지 않았다) 노력하는 삶의 가치와 현명함을 행동으로 알려 주었다.
일상을 지내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화살을 맞는다. 그 화살은 타인이 의도한 것이든 내 실수이든 맞았을 때는 정말이지 매우 아프다.
오늘도 화살 여러대를 맞았다. 이게 맞는걸까 싶으면서도 다 나 잘되라고 하는 일이니까라고 되새김질한다. 일단 맞은 화살이 너무 아프니까 촉을 빼내본다. 그러나 이미 패인 상처는 이미 부풀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화를 낼까 하다가 아빠가 한 말을 생각한다.
“혜민아, 죽고 사는 일 아니면 신경쓰지 않아도 돼. 돌아보면 별일 아닐거야.”
아빠는 내가 슬퍼하거나 화가 났을때면 이렇게 말해 주고는 했다. 아빠는 내가 대학생이 되었을때도 여러번 이 말을 해주었다. 딸이 행복하길 바라면서. 그 말이 어찌나 유용했던지 이렇게 마음 아픈 날이 있으면 아빠의 문장을 항상 떠올린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아빠의 이 말은 점점 더 묵직해진다. 그 땐 감정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특효약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실제로 살아보니까 그렇다. 돌아보면 별일 아니었다. 예전에 죽을 것 같았던 일들도 지금은 왜 그렇게 힘들어했었는지 싶다. 아빠는 천재가 틀림없다.
그러니까 오늘 갑자기 맞은 화살들도 나중엔 별거 아닐거다. 내일이면 다 내려갈것 같다. 아빠, 내 아빠여서 고마워. 아빠 딸로 태어난걸 항상 감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