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방학 기간이 끝났다. 방학 동안 책 대신, 이번에는 영화 블랙베리를 감상하기로 했다. 나의 미국에서의 경험이 겹쳐 꽤나 많은 기대를 했다. 결과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 좋은 영화였다. 단순한 기술 기업의 성장과 몰락 이야기라기보다 인간성의 중요성과 사업의 본질에 끝까지 집중해야 하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199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블랙베리는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며 전 세계적인 성공을 이뤘다. 창립 멤버들의 열정과 혁신이 회사를 빠르게 성장시켰고 한때 시장 점유율의 35%를 차지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등장으로 급격히 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블랙베리는 경쟁력을 잃고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Co-CEO Jim과 첫 창업자 Mike가 보여주는 리더십의 양면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참고: 블랙베리의 역사가 궁금해서 더 찾아보았다. 영화의 특성상 현실의 사건과는 다르게 각색된 내용들도 꽤 있었다. 따라서 인물을 조금 더 드라마틱하게 표현한다거나 무죄 판결이 난 결과물을 실제 사건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물론 진실은 알기 어렵다. 아래 내용은 블랙베리 영화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라 사실과 다를 수 있다.
공동대표 Jim: 성공과 몰락의 양날의 검
Jim Balsillie는 초반에는 블랙베리의 성공을 이끄는 핵심 인물로 등장한다. 회사에서 상무까지 진급했다가 해고당하고 블랙베리의 공동대표로 들어오게 된다.
- 그는 강렬한 성격과 날카로운 비즈니스 감각으로 회사를 단기간에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 특히, 회사 자금이 부족할 때 그는 일부 불법적인 방법을 마다하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회사의 스케일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그의 개인의 명성에 대한 집착은 회사의 몰락을 가속화했다.
- 그는 NHL 리그 인수와 Forbes 잡지에 이름을 올리는 등 외부적인 명성을 쌓는 데 지나치게 몰두했다.
- 이 과정에서 회사 자원이 낭비되었고, 블랙베리가 본질적으로 집중해야 할 제품 개발과 기술 혁신에서 멀어졌다.
Jim의 행동은 명성을 위해 본분을 잊을때 위험을 생생히 보여준다. 결국 그는 스톡옵션 문제로 인해 법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거친 인간성으로 인해 그토록 원하던 하키 리그 인수에도 실패한다. The bill always comes due…
공동대표 (창업자) Mike: 순수한 기술자에서 흔들리는 리더로
한편, Mike Lazaridis는 영화 초반부에 순수하고 열정적인 기술자로 그려진다.
- 제품의 본질에 집중하며 블랙베리의 혁신적인 기술과 품질을 통해 회사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 특히, 타타닥거리는 키감과 이메일 기능을 결합한 블랙베리 스마트폰은 당대의 혁신이었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하면서 Mike는 점차 기존의 기술자적인 면모나 순하던 성품이 변하고, 제품과 기술에 대한 고민을 덜 하게 되는 모습을 보였다.
- 초기의 Mike는 기술적 비전으로 회사를 이끌었지만, 성공과 함께 본질에서 멀어지며 리더십이 약화되었다.
- 기업이 성장할수록 창업자가 본래의 비전과 열정을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도 느껴졌다.
영화에서 얻은 교훈
1. 리더십의 두 얼굴
Jim과 Mike는 각각 블랙베리의 성공과 몰락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Jim의 결단력과 Mike의 기술적 비전은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성공 이후 본질에서 벗어나면서 회사는 방향성을 잃었다. 리더십이 조직의 성패를 가르는 동전의 양면같다는 생각을 했다.
2.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기
블랙베리의 몰락은 기술 변화뿐 아니라, 리더들이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지 못한 결과였다. 시장 상황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성과와 외부 명성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비전과 고객의 니즈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
3. 변화는 피할 수 없다
블랙베리의 이야기는 기술 환경이 항상 변화하고, 기업이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본질을 유지하며 적응해야만 생존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마무리하며..
2010년부터 2011년 사이에 당시 많은 사람들이 블랙베리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블랙베리의 타타닥거리는 키감과 메세징 기능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애플이 아이팟 터치를 출시했고, 앱 스토어와 iMessage를 강화하면서 내 관심은 자연스럽게 아이팟으로 옮겨갔다. 결국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모은 돈 전부를 아이팟에 투자했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영화에서 묘사된 블랙베리의 몰락 시기와 정확히 겹쳐서 인지 감회가 새롭다.
성공의 순간에 안주하지 않고 본질에 충실하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리마인드 해 본다. 굴지의 기업을 만든 블랙베리 창업자들의 행보에 대한 공감과 함께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공존했던 영화…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