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에 투자하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나는 지금의 트레이너 선생님과 거의 1년 째 수업을 하고 있다. 현재 트레이너 선생님은 다른 분들보다 훨씬 전문적이며, 일에 대한 열정과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갖추신 분이다. 처음 만났을 때 선하게 웃는 인상이 매우 좋았던 기억이 난다.
예약한 수업을 위해 센터를 방문했다. 주말에는 수업 예약을 잘 하지 않다가 이번 주는 평일에 시간이 너무 없어서 하루를 주말 수업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래서 아침에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을 일부 포기하고 서둘러 센터로 이동해야 했다.
피트니스 센터에 딱 12시에 도착해서 선생님을 찾았다. 마침 선생님께서 즐겁게 출근하시며 나에게 인사를 건네셨다. “오, 오셨네요! 저 선생님 찾고 있었는데요.”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오, 그러셨나요? 어떤 일이 있으세요?”
그렇다. 선생님은 나와의 수업이 12시에 예약되어 있는 것을 잊고 다른 분의 수업을 잡아둔 것이었다. 오전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부산스럽게 움직여야 했던 상황들이 겹쳤지만, 나는 “어쩔 수 없죠~ 전 혼자 운동하고 갈게요. 다음 주 수업 잡아요!“라고 말하고 돌아섰다. 선생님은 너무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을 몰라 하셨다.
사실 선생님이 수업을 누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 4번 정도 된 것 같다. 예전 피티 선생님이 수업을 잊어버렸을 때는 삼진아웃으로 단호하게 환불을 요구했었는데, 이 트레이너 선생님은 성실함과 전문성이 있어서인지 수업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수업을 누락하실 때마다 실망스럽긴 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열심히 개인 운동을 하고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면서 문득 왜 넘어갔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먼저 예약했으니 다른 회원분의 수업을 취소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었는데 왜 자연스럽게 돌아왔을까? 돌이켜보면 감정과 시간을 낭비할 것 같아서 그렇게 한 것 같다. 굳이 나를 내세움으로써 선생님이 다른 회원에게 아쉬움을 표해야 한다면 앞으로 내 수업도 온전하지 않을까 걱정되었을 것이다. 선생님과 센터의 퀄리티도 매우 좋았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도 리스크가 컸다. 선생님에게 화를 내지 않으면 오히려 더 미안해하시고, 성향상 더 좋은 수업을 하시려고 할 가능성이 높았다.
아, 나는 그 시점에서 직감적으로 그 상황에서 내 것을 먼저 챙기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트레이너 선생님의 카톡이 여러 개 와 있었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유튜브 영상을 정리해서 보내주시며 다음 세션을 1회 무료로 진행해 주신다고 했다. “아량 있게 이해해줘서 감사합니다”라는 멘트는 덤이었다. 앞으로 남은 수업을 계속 진행해야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때 내 몫을 주장하지 않았던건 결과적으로 괜찮았던 선택이었다.
대부분의 일들이 그런 것 같다. 고의적으로 발생한 일이 아니라면 내 것을 먼저 챙기기보다는 한 발 내려놓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것임을. 사랑하는 아빠의 말이 떠오른다. “죽고 사는 일 아니면 크게 신경 쓰지 마라.”
운동 수업이 취소된 작은 사건을 통해 오늘도 인생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