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마블 시리즈는 대부분 챙겨 볼 정도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좋아한다.
MCU 캐릭터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단연 닥터 스트레인지 (Dr. Strange)이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MCU에 처음 소개된 작품이 닥터 스트레인지 1편이다. 이 영화의 트레일러는 100번 넘게, 영화 자체는 20번도 넘게 본 듯하다. 이 영화를 볼때마다 자연스럽게 축적되었던 인생의 교훈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느낌을 받곤 한다.
Note 1. 마음과 생각이 현실을 창조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뛰어난 의사였지만 불의의 사고로 손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 그는 손을 고쳐서 다시 의사가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명의를 찾는다. 그러던 중 걷지 못하던 환자를 고쳤다고 전해지는 마법사 에인션트 원(Ancient One)을 찾아간다.
에인션트 원은 본인을 찾아온 그에게 자신은 환자를 고친게 아니며, 스스로 마음이 몸을 고칠 수 있도록 마음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방법(=마법)을 알려 주었을 뿐이라고 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세포는 특정한 방식으로 운영되도록 프로그래밍 되었을 뿐이야. 세포들을 통제하는 건 마음이기 때문에 사람의 몸은 마음먹은대로 고쳐질 수 있어.
And cells are only programmed to put themselves back together in very specific ways. What if I told you that your own body could be convinced to put itself back together in all sorts of ways?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는 이렇게 마음이 현실을 창조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서 마음과 현실은 끊임없이 상호작용 하고 있다. MCU를 더 잘 이해하기위한 나의 야매 과학 지식에 의하면, 현대 물리학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마음과 현실세계는 분리되어있지 않고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임이 증명되고 있다.
영화를 두 세번 보면서 오래 전 읽었던 책 시크릿(The Secret)이 생각났다. 믿는대로 이루어진다를 주장하는 책이다. 켈리 최(Kelly Choi)와 같이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라고 설파하는 사업가들의 이야기도 생각났다. 마음과 현실이 맞닿는다면 그들의 이야기들도 거짓말은 아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이 세계관은 내가 말하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생각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강화시켜주었다. 덕분에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운 숱한 스트레스와 크고 작은 위기들을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었다.
Note 2. 지름길은 없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에인션트 원의 마법사 무리에서 본격적으로 수련을 시작한다. 그는 조급한 마음에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최고의 실력에 오를 수 있는지 묻는다. 그녀는 오히려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어떻게 최고의 의사가 되었는지 되물었다. 그러자 스트레인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수 년간 갈고 닦았죠. (Study and practice, years of it.)
에인션트 원은 이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마법에도 지름길은 없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이 대답과 에인션트 원의 ‘말해 뭐해’라는 표정이 너무도 마음에 와 닿았다. 마침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하면서 Study and practice, years of it을 뒷면에 각인했다. 그 후로 새벽에 일어나기 힘들때면 침대 옆에 있는 아이패드를 보며 샤워하러 직행했다. 지금도 집중이 잘 되지 않을 때, 운동을 가기 싫을 때 이 문장을 쓰며 동력을 얻는다.
종종 너무 힘들때면 나보다 먼저 성장한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어떻게 거기까지 갈 수 있었는지를 묻곤 한다. 길은 다양하지만 빠지지 않는 명제가 있다. 힘들어도 해야하는 일들을 꾸준히 계속했다는 것. 뻔하고 상투적인 이야기지만 스트레인지의 서사와 맞물려 작은 울림을 준다.
Note 3. 삶이 아름다운건 우리의 시간이 유한하기 때문에…
에인션트 원은 이 영화의 최대 빌런 케실리우스와 전투를 하던 중 사망한다. 그녀는 죽기 전에 닥터 스트레인지와 영혼의 상태로 대화를 나눈다. 그녀는 스트레인지에게 훌륭한 마법사가 되어 빌런 일당을 무찌르고 세상을 지켜줄 것을 당부한다. 스트레인지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그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인션트 원의 이 대사가 등장한다.
그 누구도 그 어느 상황에서도 완벽하게 준비된 사람은 없어. 우리는 시간을 선택할 수 없지. 우리 인생은 죽음이라는 것 때문에 의미가 있어. 우리 삶은 유한하고 시간은 많지 않아.
No one ever is. We don’t get to choose our time. Death is what gives life meaning. To know your days are numbered; your time is short.
종종 완벽주의와 과한 자의식으로 인해 꽤 많은 일들을 그르치고 가장 좋은 시점을 놓치곤 한다. 아직도 좋지 않은 습관을 뿌리 뽑지는 못했지만, 가끔 심란할 때 이 대사를 떠올리면 뭐라도 시작은 해 보게된다. 작은 두려움 때문에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는다면 행복을 놓치는 꼴이 되지 않을까. 두려움에 웅크렸던 모습보다는 조금씩이라도 달렸던 내 모습이 지금도 훨씬 좋게 느껴진다. 나의 삶은 언젠간 끝나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도전을 즐기는 현재가 아름답다.
인생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몇몇 친구들은 MCU를 보면서 인생의 교훈까지 생각한다고 타박을 주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가만히 쉬고싶을 때, 초심을 잊은 것 같을 때 나를 이끌어주는 소중한 영화. 이 영화의 대사와 장면 하나 하나에 어떤 철학적 함의가 들어있는지 이야기하면 끝이 없을 정도로 아끼고 사랑하는 영화이다. 배우들의 케미도 너무 좋다. 마블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P.S. 물론 닥터스트레인지 2도 재미있었다. 최고의 대사는 (오글거리지만) ‘모든 세계의 너를 사랑해(I love you in every universe)’였다.
혬누나 여기서도 닥스 찬양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