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가나 ChatGPT 이야기가 뜨겁다. 최근엔 소셜미디어에서 ChatGPT에 대한 아티클을 마주치지 않고 넘어가는 날이 없었던것 같다. 스타트업 지인들과도 관련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가는줄 모를때도 있었다. 오늘은 ChatGPT가 등장한 후의 작은 변화와 나의 생각들을 적어본다.
크리에이트립에 적용ing…
우리 크리에이트립도 ChatGPT가 출시된 직후 외국인 팀원들에게 번역 기능을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영어 번역은 완벽한 수준이고 톤앤 매너를 맞출 수 있어서 프리랜서 번역가들의 생계가 걱정될 정도였다. ChatGPT의 영어 결과물을 보고 번역과 관련된 추가 채용은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콘텐츠 마케팅, CX에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어 마케팅 업무를 하는 팀원들에게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관련 스터디 내용을 틈틈이 공유한다. 우리같은 다국어 서비스에는 한줄기 빛이라 할 수 있다.
기술에 관심이 많은 우리 프로덕트 조직 또한 Stack Overflow를 헤집고 다니는 대신 ChatGPT를 활용하여 다양한 개발 인사이트를 얻고 있다. 한 엔지니어 팀원은 ChatGPT를 활용한 번역 크롬 익스텐션을 사이드 프로젝트로도 해 보고 있다. 나도 얼른 사용해 보고 싶다! 부대표는 ChatGPT를 깊게 활용해보면서 우리 플랫폼의 내용을 학습시켜 고객들의 경험을 더욱 면밀하게 충족시키는 Generative AI를 만들어볼지 고민 중이다. ChatGPT를 사용하는 힙한 스타트업 이미지에 집중하기 보다는 실제 유저들에게 한국 여행이나 역직구에 관련된 인사이트를 제대로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친구같은 비서로 활용하기도 한다. 오늘 한 일을 ChatGPT 창에 카톡 친구처럼 입력한 후 오늘 내가 해결하지 못했던 일, 큰 고민, 또는 잘 마무리한 일 등을 일과 후 한꺼번에 정리하도록 한다. 문과생으로서도 다른 업무에 많이 활용한다. 급하게 사이트맵을 개선해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ChatGPT가 다양한 타이틀과 디스크립션을 추출해주었다. (같은 페이지라도 20개가 넘는 메타태그 아이디어를 줘서 너무 고마웠다!) 또한 본사-지사간 작성해야 할 영문 계약서 예시를 몇 개의 조건만 주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작성해서 시간과 비용을 많이 아꼈다. 콘텐츠를 써야할 때 주요 컨텍스트에 대한 인사이트를 요청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료들을 검색할때도 많이 활용하는 편인데, 동일한 내용을 언어를 바꿔서 질문하면 틀린 답변이 나올때도 있어서 당분간은 크로스체킹이 필요해보이기도 했다.
어쨌든 ‘핫해진지’ 한 달 남짓 되었을 뿐인데 우리 크리에이트립의 시간과 비용을 많이 줄여주었다. 자발적으로 활용도를 고민해 주는 리더들과 팀원들에게도 고맙다.
- 크리에이트립이 궁금하다면?: www.creatrip.co.kr
- 크리에이트립 공식 채용 페이지: career.creatrip.team
ChatGPT와 함께하는 미래에 대한 고민
ChatGPT를 처음 사용해 본 건 어느 일요일이었던것 같다. 다음날이 월요일이라 보통 빨리 잠을 청하곤 하지만 생각이 꽉 차서 오랜만에 뒤척이며 잠들었다. 몇 년 전 유행어처럼 떠돌아다닌 4차 산업혁명 중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접했던 AI 관련 아티클과 <사피엔스> 등의 책,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 유투브, 영화 등이 머리에서 겹쳐지며 나라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도 다시 고민해보기도 하고, 크리에이트립은 제대로 개막된 AI시대에 어떻게 이 친구와 공존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끊임없이 뻗어나갔다.
우리 플랫폼 안에서 Generative AI를 만들어 우리의 콘텐츠와 상품들을 학습시키고 ‘우리 사용자들에게’ 올바른 답변을 제공하고, 다국어 CS를 최적화하고, 여행 콘텐츠나 코스도 추천해 주고, 직구 상품도 추천해 주는 이야기는 프로덕트의 우선순위로 올리면 당연히 가능하고 다들 이야기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크게 고민되지는 않았다. 언제 도입해야 할지에 대한 시점의 문제라 생각된다.
*여행 플랫폼들에서 ChatGPT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이 글이면 충분할 것 같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공존할 수 있을까
오히려 우리 내부에서의 Generative AI를 어떻게 만들까에 대한 고민보다는 플랫폼으로서의 크리에이트립이 외부의 AI와 어떻게 공존할지가 가장 궁금하다. 자비스(Jarvis)가 현실화되서 외국인들의 예약이나 구매를 우리 플랫폼에서 진행할 필요가 없어지지 않을까라는 것이 나에게는 큰 화두였다.
이 고민은 스타트업계 지인들과 앞서간 창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느정도 해소되었다. 예를 들어, 오래 전 ‘개인화 서비스’라는 컨셉이 굉장한 화두였고 2020년 시점에는 모든 서비스들의 메인 화면이 개인화 될 것이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실제로 지금의 서비스들은 100%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개인정보에 관련한 사회적 제약 뿐만 아니라 유저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하고 싶은 기능에 대한 비즈니스적인 판단들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오히려 많은 서비스들이 비즈니스의 목적과 사용자의 니즈에 맞게 개인화 로직과 기존 서비스를 혼합하여 제공하고 있다.
결론적으로는 활짝 열린 AI 시대가 플랫폼의 가치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걱정보다는 이 친구를 현명하게 활용할지 고민하는게 더 중요할 것이다.
플랫폼으로서의 탐구
ChatGPT와 같은 수많은 GPT들이 웹에 노출된 정보를 학습하면서도 병렬적으로 공신력있는 서비스들의 정보나 상품 리스트들을 따로 학습해서 출처와 함께 표기해 주는 방식으로 진화할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는 아래 질문에 대한 자료들을 틈틈이 찾아보고 고민해보려 한다.
- 우리 콘텐츠의 트렌디함을 AI가 어떻게 인정하고 어떤 방식으로 GPT 사용자들에게 우리의 콘텐츠를 추천 해 주게 할 것인지?
- 우리가 판매하는 여행 인벤토리, 어학당, 역직구 상품 리스트들을 AI가 어떻게 최신으로 학습할 수 있게 도울수 있을 것인지?
- 또한 GPT 사용자들에게 우리가 판매하는 리스트들이 어떻게 노출되게 해야할지?
앞으로 펼쳐질 사회상
크리에이트립을 잠시 내려놓고 AI가 극도로 고도화된 사회 자체를 떠올려 본다. 터미네이터가 세상을 점령하는 암울한 사회가 오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요즘 정치권에서 이념을 담아 사용되는 용어라 활용하기 조심스러움을 미리 밝혀둔다) 기본소득으로 생활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기본소득에 대한 아이디어는 꽤 오래전부터 저명한 사람들에 의해 다루어져왔고 나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 요지는 이렇다.
생산성이 고도화되면서 지금 다양한 사무/생산직에 종사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생계를 위한 일을 해야할 필요가 없다. 인간이 일을 하지 않아도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으며 충분한 여생을 누릴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AI로 인해 직업 자체가 없어질 인구 대부분의 존엄을 지키기도 어렵거니와, AI의 노동(?)으로 생산성이 확대되며 사회 자체는 지금보다 더 전체적으로는 풍족해졌기에 대부분의 인구가 경제 활동을 해야한다는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할 것이다.
반면 AI를 설계하고 고도의 의사결정, 사회 전체의 생산성 극대화를 위해 AI를 발전시켜야 하는 사회 집단이 존재할 것이다. 이 집단은 일을 할 필요가 없지만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기본소득보다 훨씬 더 높은 경제적 보상을 제공받아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짧게 정리해보려 한 글이 많이 길어졌다. 앞으로도 AI친구들과 잘 지내보고 싶다 🙂
누님 AI이신줄 알았는데 AI에 대한 생각이 많은걸 보니 AI까지는 아니었나봅니다 ㅋㅋ
하루를 요약해주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건 생각 못해봤는데 적용해 봐야겠다! 고마워 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