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싸이클은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이 일어난다.
- 부채 증가
- 자산 거품 형성
- 수요 감소
- 실소비 감소
- 경기 침체
이 중에서도 1) 부채 증가와 이로 인한 4) 소비 감소가 경기 침체에 가장 유효한 선행 지표이다. 3/4 분기 지표를 보면 아직 실질소비감소가 유의미하게 일어나진 않았지만 (4/4분기 자료는 2월 중에 발표된다)가계 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지금의 유동성 잔치는 위험하다. 1년 S&P 그래프만 본다면 선형적인 우상향이지만 역사 전체를 조회하면 선형(linear)이 아닌 지수적(exponential) 성장을 보여준다. S&P에 소속된 기업의 평균 퍼포먼스는 선형적으로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기업가치가 지수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은 버블이 아니면 설명되지 않는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이다. 실질 소득이 증가한 것보다 자산의 증가 폭이 훨씬 크다. 10억 이상의 아파트를 대출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버블은 언젠가 터진다. 자산에 버블이 끼는건 실물 경제와 온도차가 있는 과한 유동성과, 분별없이 유연해 지는 대출 때문이다. 지금의 유동성 잔치에서 LTV 완화 정책이 구체적인 가이드 없이 남발 되어 유동성 잔치가 경제 폭탄이 될 상황이 걱정된다.
따라서 결국 양당 두쪽 다 이번 대선에 LTV 완화 정책을 내놓는다면 실수요자이면서도 LTV 90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환가능한 사람을 어떻게 선별할지가 중요하다. 10억의 집을 LTV 90으로 산 사람이 9억을 대출했다면, 연봉 1억 이상인 사람도 5천씩 상환한다는 전제 하에 18년이 걸린다. (연봉상승률,세금 감안하지 않음)
물론 집값 폭등 전 무리해서 집을 산 사람들은 자산이 급등하고 집을 안산 사람은 사다리가 없어져버린 마음 아픈 상황도 외면할 수는 없다. 지금 부동산 정책 또한 현실성 없이 타이트하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에겐 서울 부동산 사다리를 올라타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전세값까지 폭등했다. LTV 90에 대한 대출 조건을 강화해서 시행한 후 ‘촉망받는 실수요자’로 선별된 사람과 선별 안된 사람의 자산 간극은 여전히 존재하게 되는 것도 안타깝다.
하지만 무분별한 LTV 완화는 더 큰 거품을 불러오고 거품이 터지면 결국 경제 전체 자산이 붕괴한다. 거품이 클수록 타격은 크다. 이때 가처분 소득이 높은 초고소득 층만 살아남고 용기 내어 장기 대출을 받게 된 대부분의 국민들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폭탄의 피해는 중/저소득층이 더 세게 맞는다. 부동산 자산 가격이 떨어짐에 따라 저소득층은 자산이 0이하로 내려갈 확률이 훨씬, 훨씬 높다. 실업에 노출될 확률도 높다.)
지금 부동산 자산이 폭등한 것을 계기로 보유한 주택이 가치가 올랐다는 계산으로 (현금화되지 않아 실제 가치가 실현되지 않은 자산을 담보로) 생활비나 투자 금액을 대출한 인구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하면 오른 집값을 믿고 코인 등의 자산에 빚투하거나 생활비를 끌어다쓴 중산층 또한 위기에 몰린다.
경기 침체는 많은 사람이 다시 일어서기 어려운 피해를 보고 해결하기도 어려운 문제다. 연착륙이 어려워 보이는 상황 속에서 제대로 된 세부 가이드가 없이 표를 얻기 위한 정책들만 남발되는건 아닌지 걱정이된다… LTV 완화는 필요하지만 무분별한 완화는 지옥문을 여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참고할 만한 자료
- 빚으로 지은 집 (책):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8273995
- How The Economic Machine Works by Ray Dalio (Youtube) : https://www.youtube.com/watch?v=PHe0bXAIuk0&t=1016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