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가 없어서 운전을 33살까지 못했으면서도 차에 대해선 꾸준히 관심이 많았다. 지금 타고 다니는 기아 K5는 친구네가 미국으로 떠나 급하게 중고로 구매했었다. 차 자체의 성능은 풀옵션이라 너무 좋았지만 디자인이나 연비 등에 대한 선택지가 없어서 아쉬웠었다. 지난 5월 운전을 시작하면서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차를 장만할 타이밍이 되었음을 느꼈다. 주저없이 볼보(Volvo)의 XC40 Recharge 를 주문했다.
자동차는 개인의 세부적인 선호 사항이 모두 들어맞아야하는 까다로운 카테고리라고 생각한다. 이에 오늘은 내가 XC40 Recharge를 구매한 개인적인 이유와 선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자동차에 대한 선호는 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될 수 밖에 없음을 먼저 밝혀둔다.
SUV와 안정성
내가 5~7살쯤 되었을 때 인것 같다. 아빠는 현대의 뉴 Excel이라는 세단을 처음으로 구매했다. 아빠는 매우 뿌듯해했다.
명절을 세기 위해 여수에서 광주로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중에 꽤 큰 사고가 났다. 뒷차가 갑자기 우리 차를 뒤에서 세게 받은 3중 추돌 사고였다. 우리 차는 가운데 끼인 두 번째 차였지만 다행히 아무도 크게 다치지 않았다. 뒷부분은 물론이고 앞부분도 손상이 심했던 아빠의 뉴 Excel은 폐차되었다. 뒤에서 느껴지던 충격과 내 손에 있었던 과자가 바닥에 완전히 쏟아지는 장면이 생생히 기억난다. 아빠가 놀라서 충돌이 일어나자마자 뒤를 돌아보며 나와 눈이 가장 먼저 마주쳤던 것도 기억한다(그 때 다시 한번 아빠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 후 아빠는 SUV를 장만했다. 처음 차를 봤을때 세단보다는 SUV에서 나오는 특유의 튼튼한 느낌이 맘에 들었다. 차에 타보니 조수석의 시야가 세단보다는 훨씬 넓어졌고 바퀴가 안정적인 느낌이 좋았다. 나중에 차를 좋아하게 되면서 알게되었는데, 안정적인 그 느낌은 4륜 구동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세단보다는 SUV가 더 좋다.
전기차
전기를 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이 정말 환경을 보호하느냐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는 휘발유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일반 차량들보다 훨씬 환경 친화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전기를 어떤 방식으로 생산하는지가 근본적인 문제이다.
너무 많은 사람 수, 그로 인해 필요한 천문학적인 에너지, 그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화력원료들은 지구 온도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 텀블러를 사용한다거나 재활용을 하는 등의 개별적인 방식으로는 임팩트의 관점에서 온난화를 막지 못할거라 생각한다. 이 환경 문제는 내가 이타적이라기보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이 행복하지 못할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꽤 오랜시간동안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각설하고, 최근엔 전기를 원자력과 같은 효율적인 방식으로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처음부터 휘발유로 동력을 얻는 자동차보다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는 개선될거라는 전제하에 다음 차를 산다면 꼭 전기차를 사고 싶었다.
올블랙보다는 블랙
보통 옷을 입을때나 어떤 아이템을 고를 때 블랙을 선호한다. 어느 색깔들과도 잘 어울린다. 그리고 많은 오점들을 덮어준다(특히 음식을 흘렸을때..). 다양한 색감들을 투톤으로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느낌이 좋다. 동물들 중에서도 검정색이 조금이라도 있는 동물들이 세련되어 보인다. 고양이들 중에서 검정색 양말을 신은것처럼 까만 다리를 가진 아이를 보면 훨씬 예쁘다.
올블랙은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다. 아직은 모든게 블랙일 때보다는 블랙이 다른 색깔과 어우러질때의 느낌이 더 조화로워 보인다. 까만 고양이 보다는 까만 양말을 신은 고양이가 내눈엔 더 예쁘다.
다른 브랜드보다는 볼보(Volvo)
자동차라는 카테고리는 차량의 브랜드(= 높은 확률로 제조사)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동차 각각의 개별 특성보다는 브랜드를 먼저 고민해보는 편이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테슬라나 포르쉐, 페라리 보다 볼보(Volvo)가 더 좋다.
과하지 않은 묵직함
꽤 오래전부터 볼보를 좋아했었다. 볼보의 SUV 차종이 주는 안정감과 과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은은한 고급스러움이 좋았다. 내가 SUV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는 친구들은 지프(Jeep)를 추천해 주기도 했지만 내가 표방하는 셀프 이미지보다는 가볍게 느껴졌다. 매일 천방지축으로 놀고 자정 전에 귀가한 적이 없던 대학생때에는 지프가 제일 좋긴 했다. 10년이 넘게 흐른 지금 경험치가 쌓이다 보니 조금은 덜 가볍고, 조금은 더 묵직한 브랜드가 좋아졌다.
굳이 볼보가 아니더라도 지프 보다 무거운 SUV 브랜드들이 있긴 하다. 제네시스 SUV 라인이 있지만 이름과 차량의 전반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내가 찾는 브랜드보다 훨씬 더 묵직하다. 내가 외부로 분출하는 에너지가 안으로 쏙 들어가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포르쉐 마칸도 추천 받긴 했지만 포르쉐라는 브랜드가 나에겐 너무 화려하다(물론 살 수도 없는 가격임을 밝혀둔다). 내가 마칸을 탄다면 성능이나 차 자체의 매력보다는 보여주기식 이미지가 훨씬 강할것 같다. 지구 멸망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나에게 연비가 나빠 선호 대상이 아니기도 하다.
안전함
볼보는 안전한 브랜드라서 좋아하기도 한다. 해외에서 생긴 큰 자동차 사고에 대한 뉴스를 접한 적이 있었다.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진 차에서 모든 탑승자가 크게 다치지 않았고 차는 볼보였다. 차량은 완전히 찌그러졌지만 앞/뒷좌석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보존되었다. 그 이후 큰 사고가 났을때 차체가 얼마나 ‘잘 찌그러지는지’가 안정성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량에 전해지는 충격을 차체가 잘 흡수하면서 역설적으로 좌석에 탄 승객에게는 충격이 거의 없게 된다. 이후 볼보가 더욱 좋아졌다.
결과적으로 나는 아직 볼보를 가장 좋아한다. 볼보는 자동차의 본질인 안전성을 잘 지키면서도 적당한 가벼움과 묵직함에서 중용을 느낄 수 있다.
‘볼보 = 중국차’라는 논란에는 크게 영향 받지 않는다. 회사 실 소유주의 국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 브랜드가 가진 가치와 방향을 잘 지키면서 이익을 낼 수 있도록 자본을 끊임없이 제공해 준다면 모회사나 실소유주가 어떤 국적이든 상관없다 생각한다.
그래서 Volvo XC40 Recharge
마침 볼보에서 기존 C40 모델을 전기차로 바꾼 XC40 Recharge라는 모델을 출시했다. 내가 꿈꾸는 자동차의 모든 특징을 만족시켰다. 안정적인 볼보의 SUV, 차량 상부만 검정색의 투톤, 전기차!
몇가지 성능을 체크한 후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겠다 싶어 바로 시승을 했다. 시승 후 “내 차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예약을 진행했다(아마 딜러분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나를 보며 호구를 잘 잡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아쉽게도 작년 5월에 주문한 차는 아직도 배달되지 않고 있다. 이번 설 명절에는 운전해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하루빨리 만나보고 싶다.
*전기차에 4륜 구동이라 주행거리가 350km 정도로 짧은건 유일하게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성능이 개선되면 나중에 유료로라도 교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ㅋㅋㅋㅋ GV70도 괜찮긴한데 회장님 차 느낌이 나서 안좋아하는건가?